글·사진 김윤옥
성수동은 근현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서울에서 보기 드문 동네다. 70~80년대부터 지금까지 수제화·봉제 하청업체들의 둥지로 수제화만 350여개의 제조업체가 있다. 가내수공업이 잔존하는 반면 IT를 기반으로 하는 지식산업센터 그리고 2012년 서울시가 성수동을 수제화· 패션 산업특화지역으로 지정한 후부터는 젊은 예술가와 비영리단체, 사회적 기업이 합세하여 예전 창고나 공장 부지에서는 유명패션업계의 문화활동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사)성동제화협회는 2009년 성수동의 구두기술자들이 모인 ‘서울성동수제화협회 협동조합’이 모태다. 박동희 회장은 2011년부터 협회 일을 보며 성동 수제화 거리를 만드는 데 발 벗고 나섰다. 구두공장을 인수하기 전 건축 일을 하던 박 회장은, 서울의 명소들이 형성되는 과정을 잘 알았다. 좀 알려지면 돈없고 힘없는 사람들은 터전을 잃고 그 자리를 떠나야 했다. 박 회장은 이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서울시청을 수차례 드나들며 쓰레기와 취객의 오물로 밤이면 지저분해지는 전철역사 아래 빈 공간에 번듯한 수제화 공동판매장이 들어서는 데 일조했다.
이경옥 전 행자부 차관은 성수동 수제화를 마을기업으로 선정해 주었으며, 박원순 서울시장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공동판매장 입점업체는 약간의 관리비만 내고, 3년마다 돌아가며 회원들이 사용할 수 있게 해주었다. 2015년 사단법인으로 단체를 등록한 박 회장은 성수동 수제화가 세계 제일의 메카로 부상하기 위한 일환으로 이번 대회를 열었다.
박동희 회장의 환영사에 이어 축사를 한 전순옥 전 국회의원은, 시스템 자체가 원활하고 합리적이지 않아 열악하고 어려운 상황에서 일하는 기술자들이 제값을 못 받다가 이런 공동판매장이 들어서 생산자와 소비자 직거래를 하게 되니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며 부디 오늘 대회에 참여한 기술자들이 기량을 맘껏 펼치길 바란다고 했다. 또 이 기회를 통해 수제화거리를 만드는 데 도와준 박원순 시장에게 협회회원을 대신해 감사를 전했다. 난타 축하공연에 이어 20여명의 수제화를 신은 모델들의 퍼레이드가 끝난 후 대회에 참여한 기술자들은 신발제작에 들어갔다.
취재후기
불과 1주일 간격으로 성수동에서는 수제화 관련 두 행사가 열렸다. 기자는 박동희 회장에게 “같이 행사를 했으면 좋았을텐데요…” 하니 박 회장은 “그러지 않아도 서울시에 같이 하자고 했었는데 예산이 없어서 안 된대요. 공무원들이 일회성 행사에 몇 천만원을 쏟아 붓는 데 그런 행사는 민간단체에 맡기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수제화 품질을 높일 수 있는 일을 추진하고 지원해줘야 합니다. 수제화 기술 잘 배우면 평생직장입니다. 이런 시스템을 잘 갖추어 나갈 수 있도록 관이 도와주는 일을 해야 합니다.” 박 회장의 말에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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