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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사회어른을 찾아 - 출판계 산 역사인 교학사 양철우 회장

   
 

1951년 ㈜교학사를 설립했다. 올해 미수(88세)인 양철우 회장, 그에게는 아직 못 다 이룬 꿈이 있다. 대한민국의 역사를 이어갈 우리의 미래 꿈나무들이 과학자의 꿈을 키울 수 있는 미래과학재단을 만드는 것이다. 2013년 『한국사』교과서를 출간하며 온갖 몰매를 맞았다. 목소리 큰, 자기의 주장이 옳다는 사람들의 적극적인 행동에 현재까지 사업에 지장이 많다. 그러나 그것은 하나의 지나가는 바람일 뿐이다. 누가 칠순을 바라보는 교학사 학문의 뿌리를 뽑을 수 있단 말인가. 그 뿌리가 뽑힌다면 우리나라 역사의 근간이 흔들릴 것이다. 역사 바로세우기 운동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2014년 사회어른을 마무리하며 여러 사람의 추천으로 양철우 회장을 선정했다.

 

  지난달 1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대한민국역사 바로알리기국민운동’창립총회가 있었다. 전 보건복지부 김정례 장관, 자유수호국민운동 이대용 상임의장, 이 모임을 결성한 부성고등학교 한효정 이사장 등 전국 각지에서 뜻을 가진 200여 명이 참석했다. 한 이사장은 2013년 교학사 교과서를 선택한, 유일한 부성고교 이사장이다. 안중근 의사를 안중근이라고 표현한 다른 교과서를 보며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두 손 걷어 부치고 역사바로세우기 운동을 하는 것이다. 물론 그 자리에는 양 회장도 있었다. 교학사에서는 17년이라는 세월과 거금 100억원을 투자해 2013년『한국사대사전』을 간행했다. 약 1만 페이지에 568명의 집필역사학자와 70여 명의 전문가가 참여했다. 대표 편찬위원인 전 서울대 변태섭 교수, 전 이화여대 강우철 교수는 모두 고인이 되었으며 신진·중견학자로 참여한 각 대학의 교수들은 이제 중진·원로가 되었다. 누가, 어느 사업가가 이런 투자를 할 수 있을까? 양 회장이 젊은 시절 들은 이야기가 있었다.‘광복 후 이희승(李熙昇1897~1989 독립운동가, 국어학자), 이극로(李克魯1893~1978, 국어학자) 선생 등이 정진숙(1912~2008, 출판인) 회장을 찾아와『우리말 큰사전』원고를 내던지며‘이걸 일본 출판사에서 펴내야 하느냐’고 큰소리치더라는 거였다. 그 때 출판인으로서 박힌 사명감이 오늘날 국가 차원에서 해야 할『한국사대사전』을 발간하고 한국사 교과서를 둘러싼 그 많은 외풍에도 꿋꿋이 소신대로 출판하는 힘이 되었던 것은 아닌지 그를 만나 보았다.
 

양철우 회장
 

  한 때는 사람들이 책을 출판하기 위해 손에 돈을 쥐고 줄지어 기다리던 때도 있었다. 왼손 그의 두 번째 손가락 마디가 잘려있다.“1950년대 교학사 초창기 제본기에 잠깐의 실수로 이렇게 되었지요. 그 때만 해도 사람들이 일일이 다 손으로 해야 했는데 지금은 5,000여 평의 공장에 8대의 최신 윤전기가 돌아갑디다.”강경상고 졸업 후 오직 출판 인쇄업을 64년 째 해오고 있다. 1894년 갑오개혁부터 지금까지 역사적인 사건들을 줄줄이 꿰고 있다. 1926년생으로 해방 및 대한민국 정부수립 그 현장을 생생하게 경험한 사람이다. 아버님· 어머님 이름을 딴 용옥장학문화재단을 만들어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는 것과 교사연수를 하고 있다. 학생에게 장학금은 꾸준히 지불하고 있으나, 1년에 영어교사 20~30명을 선발하여 4주간 하와이대학에서 하는 교사연수는, 3주는 영어교수법, 1주는 현지문화를 체험하는 힐링 프로그램으로 20여 년간 해오던 것을 근래 3년은 못하고 있다. 또한 국제봉사를 하는 라이온스협회에는 47년간 회원으로 있으며, 한국354-A지구총재와 국제협회 지명이사(2003~2004년)도 했다. 봉사금 10만불(당시 환율 1억5천만원)을 일시에 납입한 회원으로 전국 라이온스 회원들에게 본이 되었다. 누적액은 28만불로 한국최고 수준이다. 그리고 피난시절 장티푸스를 앓았을 때 쑥뜸의 효과를 체험해 현재까지 쑥뜸을 하며 건강유지를 하고 있다. 노학자 여사와의 사이에 2남1녀(양진화, 양진오, 양진희)를 두었으며 둘째아들이 가업을 이어받고 있다.

 

   

▲ 17년간 568명의 집필진이 참여하여 2013년 발간한『한국사대사전』


‘한국사’교과서 선정
 

  기자는 양 회장을 만나기 전 몇 개 고교에는 전화로 문의하고 한 고교 교장선생님은 직접 만났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교과서 선정은 담당과목대표선생님이 참여하는 교과서선정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학교운영위원회 검토 그리고 최종 교장선생님의 승인을 받는다. 한국검인정교과서협회의‘한국사교과서 채택현황’에 따르면, 2014년 10월 말 기준 1·2학년에 가르칠 한국사 교과서 채택을 끝낸 2,279개 고교(147곳은 미정) 가운데,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곳은 3곳이었다. 2013년 부산의 부성고 1개교에서 2014년에는 단 3곳이다. 일반적인 산술이라면 교육부 검정을 받은 한국사교과서가 8종이니 적어도 100군데 이상은 되어야 할텐데… 더군다나 교학사는 2013년 한국사대사전을 펴낸 곳이 아닌가. 국가적으로 해야 할 일을, 한 소명감 있는 출판인이 신명을 바쳐 출판한 책이 아닌가. 그런 역사서를 쓴 교학사의 교과서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양 회장에게 물었다. 
 
- 올해도 한국사 교과서가 각 고교에서 외면당한 이유를 무엇이라고 보는지요


“아이들에게 바른 역사를 가르치려는 선생님은 본인의 성향보다도 교과서를 선정하며 적어도 8종을 놓고 비교검토 해봐야하는 거 아닌가요? 2013년 7월 교육부 검정을 받던 중, 책도 나오기 전에 뉴라이트* 학자들이 쓴 책이라고 교학사 앞에 데모대가 몰려오고 협박전화가 난무했습니다. 심지어 우리 책을 선정한 학교 앞에서까지 데모를 해서 그 학교가 선정 취소를 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또 어떤 도의 교육감은 자기네 지역에서는 무조건 교학사 한국사교과서는 안 쓰겠다고 했습니다.  2014년 판은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여 큰 줄기에 무리가 가지 않는 범위에서 수정을 했는데도 말입니다. 한국사에 관해서는 17년간 연구를 하며 대사전을 펴낸 바탕이 있어서인지 원로학자들은 우리 교과서를 최고라고 말합니다.”

   
 


교육의 발전, 장인제도를 정착시키려면


  지금까지 약 400여 종의 초·중·고등학교 교과서를 비롯하여 사전, 원색 도감, 전문 서적 등 무려 2만여 종에 달하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출판하며 한국 출판문화를 선도한 분이라 교육에 대해 물었다. “고등학교 졸업한 사람이 4년 후에 대졸자와 임금이 같다면 누가 굳이 학문하러 대학에 가려고 하겠습니까? 임금구조를 바꾸면 모두 대학 가려는 이 풍토가 바뀔 것입니다. 장인정신을 갖고 한 분야에 매진하는 사람에게는 학문을 어디까지 했느냐가 아니라 그 사람이 그 분야에 얼마나 열정적으로 종사했나하는 것이, 같은 잣대가 되어 임금으로 보답이 되어야합니다. 현장에서 일하다 부족함을 느끼고 다시 이론적인 학문이 필요할 때는 수시로 입학할 수 있는, 독일의 마이스터 스쿨제는 중간에 직장 못 갖고 공부만 하게 하며 졸업 후에는 견습생을 채용할 권한과 사업을 할 수 있게 합니다. 독일에는 대기업이 없고 대부분 중소기업이면서도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것은 이런 제도 때문이라고 봅니다. 교육이나 장인을 길러내는 것은 20~30년 앞을 내다보고 우수한 해외인재라도 유치하는 장기계획이 있어야 합니다.”

   
 


오직 우수 도서 출판을 위해


  양 회장은 좋은 책의 출판을 위해 전 세계를 다녔다. 최근에도 꽃의 숨겨진 성(性)『화분』이라는 도감을 냈다.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매우 작은 생명체인 화분립이 그들의 목적인 번식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하며 각 꽃마다 어떤 모양의 화분인지 보여주는 경이로운 책이다. 다시 태어나도 출판인이 되겠다는 양 회장, 한국사교과서로 인해 그 간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이다. “교육부 검정을 받을 때 아무리 외풍이 있어도 꼭 교학사에서 교과서를 내야 한다고 많은 분들이 독려했습니다. 장고 끝에 책을 냈는데 판매는 아무도 안 도와줘요.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 이해는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며 예를 아는 민족입니다. 중학교에서 영어 배웠다고 고등학교에서 영어 안합니까? 유관순 열사가 어떻게 한국사에서 빠질 수 있으며 유관순이라는 이름만 나갈 수 있습니까? 미국교포가 8종의 한국사 교과서를 비교해보니 교학사 것이 제일이라며 1,000부를 사갔습니다. 이 맛에 삽니다.”

   
 


취재 후기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판매금지가처분 신청을 해 법적분쟁을 일으켰던 장본인들은 본인들이 불리하자 슬그머니 취하하고 빠졌다. 그러나 이런 여파는 각 학교에서 교과서선정 때 나타났다. 기자의 한국사교과서 선정 문의 전화에 대부분의 학교 관계자들은“괜히 시끄러운 교재를 선택해 학생들에게 피해가 갈까봐 다른 교과서를 선택했습니다”라고 답했다.  일반인들은 한국사 교과서를 잘 모른다. 기자도 여러 곳의 취재요청을 받아 12월 사회어른특집으로 정해졌을 때에야 관심을 갖고 살펴보기 시작했다. 기사를 쓰며 교학사 교과서 선정을 반대하는 전교조나 한국사교과서 관련 글이 있는 수많은 인터넷 상의 블로그를 들어가 보았다. 그 중 눈에 띄는 글이 있어 그대로 옮긴다.‘어떻게 모든 것이 이렇게 일사분란하고 A아니면 B식으로 극단적 이원론, 극단적 편향성을 띌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분쟁이 정치의 스펙트럼을 거쳐야만 진행될 수 있단 말인가’(네이버 블로그: 콘스탄티노플-신용환의 비잔티움연대기) 라는 글에 100% 공감한다.


  EBS 이주희 다큐멘터리 PD가 최근에 펴낸『강자의 조건』을 보면 카르타고의 한니발이 로마와의 전투에서 대승을 하고도 전쟁에서 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로마의 관용과 포용을 따라갈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만약에 하늘에서 우리 후손들의 교육을 위해 교학사에 100년 이란 세월을 가불해 준다면 우리의 역사는 더욱 굳건히 뿌리를 잘 내릴 것이다. 2014년 사회어른 취재를 마감하며 2015년에는 우리사회도 다름을 인정하며 성숙하게 토론하는 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래본다.


※ 뉴라이트(두산백과:영국이나 미국에서는 1980년대에 등장하여 영국의 대처, 미국의 레이건 행정부의 정책기조를 이룬 사상을 말한다. 일반적으로‘신우익’으로 표현하며, 신우파 이념에 속하는 신자유주의(new freedom)와 신보수주의(neo-conservatism)로 대체하여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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