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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평화문제연구소 신영석 이사장, "빠른 통일보다 바른 통일"

빠른 통일보다는 바른 통일이 되어야

   
▲ 지난 2013년 10월 24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평화문제연구소 창립 30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통일한국 시대. 한반도 주변국의 기대이익과 미래비전’에서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통일은 빠른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바른 통일이 되어야 한다
평화문제연구소 신영석 이사장

올해는 일제로부터 해방과 동시에 자주적 독립에 이르지 못하고 남북이 분단을 맞은 지 70주년이 되는 해다. 해방 이후 70주년이 흐르는 동안 지구상에 분단국가는 오직 우리나라뿐이다.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마저 베를린 장벽붕괴와 더불어 통일을 이룩해냈다. 막대한 통일비용을 치르면서 우려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했지만, 독일은 현재 EU를 이끌어가는 주도국이면서 세계 4위의 GDP 경제대국으로 성장해 있다. 한 민족, 신탁통치와 분단, 통일 등 우리나라의 통일을 말할 때 반드시 거론되는 국가가 바로 독일이다. 독일 한스자이델재단과 학술교류 등을 통해 독일통일의 과정을 오랫동안 지켜본 평화문제연구소 신영석 이사장을 만나 우리나라 남북통일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같은 듯 다른 환경

  독일과 우리나라는 같은 듯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우리의 현실보다 훨씬 열악한 것을 알 수 있다. 독일은 1,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주범국으로, 3차 대전 역시 일으킬 수 있는 국가로 분류되어 연합국의 경계가 훨씬 심했다. 그래서 소련, 미국, 영국, 프랑스가 독일을 동독과 서독으로 분단시킨 것도 모자라 베를린마저 전승국에 의해 분할통치하게 된다. 아예 온전한 국가로서 존재하는 자체를 거부당한 것이다.

  하지만 독일인들의 생각까지는 가로막지 못했다. 한 민족으로 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는 의식이 독일인들의 저변에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사고는 완전하지 않지만 서로 교류할 수 있는 토대가 깔려 있었고, 라디오, 방송 시청 등 문화적 동질성을 오랜 기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러한 상호간의 교류를 기반으로 독일민족의 우수성과 통일에 대한 열망이 독일 통일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었던 승전국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통일을 이룩해낸 것이다.

  그에 비해 우리의 실정은 독일처럼 통일을 반대하고 있는 요소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전쟁으로 인해 서로에 대해 한민족이면서도 적이라는 모순된 개념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냉전시대의 산물이자 서로의 체재를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의식화 교육을 하면서 사회 전 분야의 이질화를 확산시켜 왔다. 한국전쟁 이후 정부간 교류는 물론 민간의 교류 역시 독일에 비한다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북한의 식량난과 경제적 위기에도 불구하고, 남과 북은 5.24조치 등을 구실로 실제적인 교류협력마저도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에게도 기회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김영삼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의 남북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던 1994년이었는데, 결국 김일성 주석의 사망으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독일 한스자이델재단에서 신 이사장에게 가장 자주 조언하는 이야기가 바로 기회를 놓치지 말아라, 통일비용 때문에 통일을 망설이지 말라는 것이다. 당장의 통일비용보다는 통일 이후에 가져올 실제 이익이 훨씬 크기 때문에 주어진 기회를 어떻게 잡고 활용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선진국형 저성장시대로 접어든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침체를 벗어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통일만큼 더 좋은 호재도 없다는 것이 전반적인 의견이다. 다만 서독이 1989년까지 20년 동안 연평균 약 2조원을 동독에 지원한 반면, 우리나라는 2012년 약 141억원에 그치고 있어 북한의 기초인프라 등에 대한 지속적이고 장기간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남북관계의 경색으로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교류와 협력이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동독과 서독은 오랜 기간 서로 왕래가 가능했고, 동독에서 요구하는 사항에 대해서 서독은 조건 없이 동독을 지원했던 것 또한 우리나라의 상황과 많이 다르다. 남북간에는 화해무드의 시기보다는 냉각기가 훨씬 더 많았고, 경제적·문화적 교류에 있어서도 제한적인 요소가 많았던 것 역시 사실이다. 최근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 통일에 대한 논의를 활발히 하면서 북한과의 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도 힘겨루기 양상이라는 생각을 지워버릴 수 없을 정도다.

  최근 북한은 계속된 경제정책의 실패와 자본주의 경제 침투로 인해 주변국과의 경제협력을 모색중이다. 최근 최룡해 노동당 비서의 러시아 방문이 대표적인데, 구체적인 성과 위주의 발표보다는 러시아와의 친선협조관계를 공고히 했다는 기사에서 볼 수 있듯이 북한 내 문제를 당장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시각이다. 북한 역시 자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변국이 아니라 우리나라와의 교류협력이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당장의 체제유지와 대외적인 명분 쌓기로 인해 당장 적극적으로 나올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북한의 대응에도 불구하고, 동독에 조건 없는 지원을 한 서독처럼 우리나라 역시 북한과의 교류협력을 넓혀 나가야 한다.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대북 지원과는 다르겠지만, 북한 주민들의 식량공급과 통일을 대비한 교류협력분야의 지원은 향후 지속적으로 넓혀갈 필요가 있다. 정부에서는 북한과 5.24조치를 포함한 대북 현안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협의할 계획을 검토중이다. 그리고 DMZ세계평화공원 조성사업 역시 남북통일의 상징적인 사업으로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과 더불어 남북교류의 물꼬를 트는 데 큰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 지난 2008년 5월 평화문제연구소와 독일 한스자이델재단이 공동으로‘독일 젊은이들의 눈에 비친 독일의 분단과 통일’이라는 주제로 전국 12개 대학을 순회하며 독일통일 포스터 전시회를 개최했다.

콜 총리와 같은 지도자의 결단도 중요
  1989년 5월부터 서독으로 탈출이 시작되면서 11월 9일 이른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독일은 통일이라는 기쁨과 동시에 혼란을 맞게 된다.“우리는 한 민족이다”는 구호를 외치는 시민들은 여행과 언론의 자유, 자유선거를 요구하면서 동독정권은 붕괴해가기 시작했다. 이때 동독주민의 서독이주를 막고 동독상황을 안정화시키기 위한 헬무트 콜 총리의 행보가 바빠지기 시작한다. 콜 총리는 우선 10단계 통일방안을 제시하면서 독일의 통일을 반대하는 소련과 영국을 설득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특히, 소련 고르바초프와의 회담에서는 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 잔류 등을 통해 통일독일에 있어 관련국과의 문제해결을 합의하는 등 대외적인 협력을 얻어내게 된다. 이후 1990년 10월 3일 독일의 통일이 선포되고, 12월 2일 통일된 독일의 총선이 실시되게 된다.

  베를린 장벽붕괴로 인해 시작된 독일의 통일은 우리에게 급작스러운 통일로 많이 인식돼 있는 것이 사실이나, 앞서 언급했듯이 통일을 바라는 독일국민들의 염원과 경제적·문화적 교류의 토대 위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이루어져 왔다. 특히, 혼란의 시기 콜 총리가 보여준 지도력과 결단력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시 독일의 통일을 반대하는 관련국을 설득하고, 통일의 기회를 쉽사리 놓쳐버리지 않고 어떠한 손해나 부담에도 불구하고 관철시켜 나갔다는 것이다. 통일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정치·경제·사회·문화에 이르는 사회통합을 이끌어낸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선 경제개혁 후 화폐통합’이라는 단계적 통합 역시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조기통합으로 수정한 것 또한 통일에 대한 국민들의 염원을 반영한 콜 총리의 결단 중 하나였다.

  독일 통일의 기폭제로 작용한 것 중 하나가 서독 국민들의 시위현장을 동독 국민들이 TV를 통해 시청하면서 잠재된 저항의식이 일어난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문제의 양상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북한에서도 작은 동요가 일어나고 있다. 자본주의 생활양식이 침투하면서 단절된 외부의 실상을 북한주민들이 빠르게 접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평양 아파트 붕괴사고가 일어났을 때에 이례적인 보도와 당 간부의 공개사과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러한 단편적인 현상으로는 통일에 대한 열망을 키워갈 수는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평화통일구상이 전 세계의 지지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북한과의 대화 기회조차 얻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신 이사장은 박근혜 정부가 지속적으로 북한과의 대화의 의지를 보여주면서 남북한간 교류협력을 넓혀나가는 진정성 있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보다 다양한 분야에서의 교류협력을 통해 통일의 기초를 다져나가는 것이 통일대박으로 이어지는 지름길이라고 밝혔다.

빠른 통일보다는 바른 통일이 되어야
  남과 북이 신뢰를 쌓아갈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모든 문제를 초월해서 협력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 박근혜 정부의 신뢰프로세스 구축으로 요약될 수 있다. 국제사회에서 고립되고 있는 북한이 실제적으로 필요한 것을 요청해 온다면 우리 정부에서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바른 통일이 되기 위해서는 올바른 자본주의 속성에 대한 교육과 이해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배급제에 익숙해져 있는 북한의 체제 자체가 변하지 않는 이상 통일 이후 겪을 수 있는 갈등요소를 줄일 수 있으며, 현재 북한의 경제력을 기반으로 통일이 이루어진다면 독일이 겪은 상황보다 훨씬 나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현재 우리나라의 70년대 수준의 북한 경제력을 우리와 대등한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통일을 선포할 수 있는 그날을 맞이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과의 교류협력을 통해 북한이 체질개선을 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누군가에게는 통일이 달갑지 않을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통일이 절실하다. 이러한 현상은 해방 7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당연한 문제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통일로 인해 우리나라가 세계 일류국가로 진일보할 수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통일에 대한 준비 없이 무턱대고 통일을 맞이하게 되면 남과 북이 치러야 하는 대가가 너무 크다. 그래서 통일은 빠른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차근차근 준비하면서 맞이하는 게 중요하다고 신영석 이사장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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