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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전시/도서

창작뮤지컬 <사랑했어요>

고 김현식의 명곡으로 이루어진 주크박스 뮤지컬

한 세기동안 한국가요사를 대표했던 가수들 중에 자신의 꿈을 펼치지 못하고 요절한 대표적인 가수가 바로 김현식이다. 7080, 통기타, 포크송, 청바지, 팝송 등의 추억을 가진 이른바 386세대들이 즐겨듣던 김현식의 주옥같은 명곡이 다채로운 편곡으로 다시 재탄생한 무대를 만나본다.

 

지난 920일 뮤지컬 <사랑했어요>를 보기위해 성남아트센터를 찾았다. 기자가 김현식의 음악에 눈을 뜬 건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오빠가 친구들과 김현식의 공연을 보러 가는데 데려가 달라고 떼를 써서 온갖 구박에도 굴하지 않고 콘서트를 따라가 본 기억에 혼자 웃음이 났다. 물론 그날 이후로 누구보다 더 김현식의 음악을 즐겨 듣게 되었다.

 

 

성남아트센터 오페라극장은 처음이다. 조금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갔으면 주위도 둘러보고 김현식의 유품이 전시된 곳도 둘러봤을 텐데 금요일 저녁 강남을 지나온다는 사실을 깜박한 것이 아쉬웠다.

 

공연을 보러가기 전에는 가수 김현식의 이야기를 뮤지컬로 만든 줄 알았는데 스토리가 따로 있었다. 김현식 음악이 담고 있는 애절한 감성을 준혁, 기철, 은주 이 세 사람의 사랑이야기로 풀어냈다.

 

첫 공연 라인업은 세상 어디에도 마음 붙이지 못하고 오직 음악에만 몰두하는 아웃사이더 준혁역에 송창의, 재능과 집안배경 등 모든 것을 다 가진 기철역에 문시온, 이 두 남자가 사랑하는 김은주역에 김보경이다.

 

국비장학생으로 비엔나 음악학교에 유학을 떠난 준혁이 적응하지 못해 힘든 마음을 슬퍼하지 말아요라는 노래로 원래 통기타반주를 오케스트라반주와 합창으로 편곡되어 들려오는 순간 뭐지?’하는 생각이 들며 빠져들기 시작했다.

 

준혁과 은주가 사랑을 시작하게 되고, 기철과 은주가 인연이 되는 노래가 한여름 밤의 꿈이었는데, 즐겨듣던 김현식의 노래와 같은 노래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색다르고 깔끔한 편곡의 듀엣이었다.

 

이렇듯 이 뮤지컬 속에 적절하게 들어있는 김현식의 노래가 다양한 장르로 편곡되어 스토리에 녹아들었다. 발라드곡 외에도 사랑 사랑 사랑’, ‘봄 여름 가을 겨울’, ‘변덕쟁이’, ‘골목길1980~90년대 유행한 댄스를 접목시킨 재치있는 안무로 흥겨움이 더했다.

 


그리고 사랑하던 준혁과 은주는 아쉬운 이별을 하고 준혁은 한국에 돌아와 유명한 가수가 되었고 은주는 멀리 타국에서 준혁에 대한 그리움만 간직하고 있었지만 성공한 사업가가 된 기철과 만나게 된다. 은주를 못 잊고 있던 기철은 은주와 함께 하게 되고 시간이 흘러간다. 시간이 흐름을 보여주는 시계바늘이 돌 때 김현식의 진짜 목소리가 들리며 관객들에게 아무말도 하지 말아요를 들려주었다.

 

스토리 엔딩에서 평화콘서트 무대에 서게 된 가수 준혁, 기철과 은주의 딸이 함께 노래를 부르고 극은 마무리가 된다. 화려한 무대배경과 안정적인 스토리, 주인공들의 뛰어난 노래감성 등이 어우러져 오랜만에 좋은 작품을 보았다.

 

기자도 이젠 추억을 떠올리는 나이가 되어가나 보다. 뮤지컬을 보고 나오며 옛 추억에 잠겨본다. 빈 유학시절 한국에 있는 가족과 통화 중에 김현식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전차를 타고 슈베덴 플라츠 강가에 앉아 김현식의 노래를 부르며 눈물을 흘리다가 또 박수치며 노래부르다 하며 추모했던 기억이 난다. 거의 30년이 지난 지금도, 삶의 넋두리 같던 그 노래들은 기자에게 너무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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