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4 (일)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월간구독신청

인물&탐방

공공 모뉴먼트 리더 서순오 조각가

조형물은 홀로 존재하는 하나의 사물

미술관하면 건물의 실내를 떠올린다. 하지만 유럽을 가면 거리거리가 미술관 같다는 느낌에 감탄한다. 화려하고 웅장한 여러 건축 양식의 성당과 건물,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은 흑사병이 종식되자 만든 오스트리아의 삼위일체동상, 치열한 전쟁 중에 로마 병사에게 한 소녀가 물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 준 기념으로 세운 이탈리아의 트레비 분수 등 역사적 조형물이 그 시대를 상징하며 미술관을 이루고 있다.


이렇게 대중에게 공개된 장소에 설치되거나 전시되는 조형물을 모뉴먼트 즉 공공미술이라고 한다. 한국의 모뉴먼트 시대를 연 1.5세대 서순오 작가는 조형예술로 현대조각의 한 획을 긋고 있어 이달의 작가로 초대한다.

 

 

조각은 사물로 정적인 공간에 활기 불어넣는 입체예술

조각이란 삼차원의 공간 속에 구체적인 물질로 만든 입체예술이다. 그러한 조각의 역사를 살펴보면 고대 그리스 신전에 봉안되었던 여러 조각은 훗날 사람들에게 경외감을 불러일으켜 기념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회화가 평면적인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예술인 것과 비교해 조각은 구체적인 물질을 다루는 까닭에 자연에서 발견되는 형태나 공간을 재현하는 데 훨씬 더 역동성이 있다.

 

서순오 작가는 1979년 경남대 미술교육학과에 입학해 회화 전공을 선택했으나 왜 미대를 들어왔을까라는 고민이 끊이지 않았다. 어느 날 흙을 만지면서 실제 사물을 표현하는 조각을 통해 조형예술에 끌렸다. 흙과 석고를 단단하게 하여 균열을 방지하기위해 밧줄을 풀어쓰는 스사가 독해서 손에 피가 날 정도로 힘들었어도, 힘든 줄 모르고 작업에 몰두했다.


이상하게도 행복감을 느꼈다고 한다. 새롭게 조각가의 길이 시작되었다. 대학교 3학년 때 경남미술대전에서 조각부 대상을 받았다. 당시 재학생이 대상을 받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 칭찬과 격려가 많았다. 부모님 역시 크게 기뻐하며 실력을 인정하고 응원했다. 그 외 청년미술대상전, 동아미술제, 중앙미술대전 등 특선과 입선, 경기도 지사 표창 등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하지만, 마음속 예술철학은 30세까지만 공모전에 도전하고 이후는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으며 그대로 실천했다고 한다.


조각의 매력은 무엇인지 질문했다. “앉아서 작업하는 회화도 좋지만, 움직이면서 작업하는 조각은 다양한 방법으로 수정이 가능하여 생동감이 느껴지고 완성되었을 때 새로운 성취감이 느껴집니다. 또 회화는 실내에만 작품을 걸어야 한다면 조각은 실내외 모두 가능하고 그곳을 지나갈 때마다 보면서 뿌듯합니다라며 사람들에게 작가의 생각을 보여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작품 세계는 사랑, 행복 등 원초적인 소중함 다뤄

초창기 작품은 저항적 의미를 주로 다뤘으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후 사물에 대한 통찰은 주로 사랑과 행복의 의미로 접근하게 되었다. 숭례문 복구 기원 사랑이 머무는 곳’, 토끼와 거북이를 소재로 한 옛날 옛날에’, 누구나 원하는 숫자를 상상하며 던지는 주사위를 소재로 한 행복한 상상등이 있다. 얼마 전 인천 청라 현대 썬앤빌 더테라스 앞에 행복이 머무는 곳작품은 사람 9명이 벤치에 앉아서 책을 읽거나 쉬고, 앞에는 방석모형 뒤에는 가로등 주물로 만든 조명을 설치해 오가는 사람들이 벤치로 이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마음을 가질 수 있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잘 반영되었다고 호평했다.

 

작품을 만나 볼 수 있는 곳은 국립현대미술관, 에콰도르 FUNDACLON GUAYAMIN갤러리, K아트 미술관, 수원 상공회의소, 의정부 및 동두천 롯데마트, 창원 리제스 타워 등 다양하다.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이 예사롭지 않다. 주물 작업의 경우, 먼저 흙으로 틀을 짜는 안과 겉면의 가다를 떠서 본을 뜬 다음 주물을 붙이는 모형 작업까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공정이 필요하다. 따라서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이 서로 눈빛만 봐도 의도를 알아채는 협업 과정 끝에 창조적 작품이 탄생한다. 예전에는 이러한 과정을 일일이 손으로 했으나 과학의 발달과 함께 3D 스캐너로 확대하며 작업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서 작가는 턴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듣는 연주용 엘피 레코드판을 그리워하는 것처럼 조각 도구인 그라인더, , , 목도끈 등으로 작업하던 손맛을 잊을 수 없습니다라며 요즘 학교에 조각과들이 침체기에 있어요. 조형예술은 공들여 흙을 빚던 손의 노동으로 새로움을 창조하는 것입니다. 조형물작업을 통해 작품이 탄생될 때마다 또 다른 내가 탄생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임해야 합니다. 한번 하면 내 본연의 작품을 멀리하고 그냥 상업적인 조각가가 될수 있기 때문입니다라며 서작가처럼 모뉴먼트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한국현대조형작가회, 공공미술로 공공외교 펼치다

전신은 1974년 발족한 한국미술청년작가회다. 이후 1994년 한국현대조형작가회로 창립 후 장르의 구분 없이 조형예술을 통해 대한민국 문화 및 현대미술의 다양성을 보여주고 있다.


외교부와 해외 주재 대한민국 대사관의 후원과 초청으로 수십차례 해외 전시로 국가 간 문화행사를 펼쳤다. 블라디보스톡 한국 문화의 달 초청,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아르세니예프 연해주립박물관, 대한민국과 몽골·네팔·인도네시아 수교 기념 전시회 등에서 공공미술로 공공외교를 펼치고 있다. 서순오 작가는 이 단체에서 발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공공미술 모뉴먼트 작업을 25년간 계속하고 있다. 한편, 한국 조각계의 특징을 살펴보면 급속한 경제성장의 여파로 삶의 질을 추구하는 문화적 욕구가 성장함에 따라 여러 가지 제도적 여건이 조성됐다. 그중 1970년대 건축물장식법(1퍼센트법)의 발효에 따라 환경조각, 공공조형물의 제작이 증가하였으며 조각 작품의 제작과정을 공개하는 조각 심포지엄도 시도되었다.

 

무언가를 창작하는 예술가들은 사랑, 이별, 성공,좌절등 작품세계의 성향이 변하는 예술적 터닝포인트가 있다. 서작가는 결혼과 출산이 가장 중요한 예술적 터닝포인트가 되었음을 마지막 대답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서작가에게 마지막으로 한가지 작품을 할 수 있다면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 묻자 세계적인 조각가 비겔란드 작품으로 만들어진 덴마크 코펜하겐의 야외 조각공원인 비겔란드 공원에서 거대한 작품들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마지막 작품을 만들 시기에 딸의 모습을 만들고 싶어요. 딸의 인생의 무게가 있을 그 얼굴을 만들어 경제적 유산보다도 내 딸로 살아서 행복한 것을 남겨주고 싶어요. 엄마가 조각가니까 딸의 얼굴을 남기는 게 가장 보람된 일이 아닐까요라며 말했다. 대학교수인 남편 이상구 교수와 항상 스마일이라 미소천사라는 별명을 가진 외동딸 이나녕과 가정의 행복이 다른 어떤 것보다 귀하다는 의미로 여겨졌다.


기자는 인터뷰를 마치며 본지 발행인이 한 말이 떠올랐다. 격동의 세월 속에 살아온 우리 부모들은 많이 배우지 못했지만 그분들의 마음씀씀이 하나하나와 자식을 향한 사랑과 지혜, 가문을 소중히 하는 마음을 상속받은 우리는 남들이 가지지 못한 재산을 가지게 될 것이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