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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자 칼럼 - 인정과 견정



‘인정’이라는 말은 흔히 사용되는 단어이지만‘ 견정’(犬情)이라는 말은 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용어이다. 그러나 요즘 세태를 보면 이‘ 견정’이라는 말을 사전에 등재해야 정도로 개(犬)에 대한 사람의 정(情)이 지극하다. 요즘 개를 비롯해서 가정에서 사람과 함께 살고 있는‘ 반려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애착은 날이 갈수록 심화되어 가는 추세이다.‘ 반려동물’이라는 이름조차도 그러한 동물들에 대한 사람의 애착과 선호도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전에는‘ 애완동물’이라고 했는데, 그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사랑하는 장난감’(애완-愛玩)이 아니라, 사람의 가까운 친구로서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에서 ‘반려동물’이라고 한 것 같다. 쉽게 말하면 동물이 신분이 많이 격상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지만, 한국에서도 이 반려동물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한 통계에 의하면 한국의 반려동물 사육 인구는 1천만명에 달하며, 가구수로 하면 457만 가구라고 한다. 반려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나 애착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시장의 규모도 급성장하고 있는 추세이다. 반려동물을 위한 병원, 미용실, 호텔까지 등장하면서 2012년 9천억원이던 시장 규모가 2015년도에는 1조 8천억원으로 뛰었고, 2020년이 되면 약 6조원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먹을 양식이 없어서 끼니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 세상에서 반려동물들을 위한 재정으로 그렇게 천문학적인 금액이 지출되고 있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한 일이기도 하다. 반려동물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한 통계에 의하면 현재 약 80종 이상의 반려동물이 가정에서 사육되고 있는데, 그 중에는 돼지도 있고 뱀도 있고 바퀴벌레도 포함되어 있다. 물론 그 중에서 으뜸은 개와 고양이다. 특히 개는 거의 사람의 친구나 가족처럼 안방에 널리 퍼져있다.



사람들은 왜 반려동물을 선호할까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유익을 추구하며 살아간다. 자신에게 유리하거나 유익하다고 생각되면 그것을 적극적으로 취하려 하고 불리하거나 손해가 되면 즉시로 포기하는 성향을 갖는 것이 사람이다. 사람이 반려동물을 선호하는 이유는 분명히 자신에게 유익을 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반려동물로부터 무엇을 얻기 위하여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일까? 우선 단순한 이유는 반려동물이 사람에게 기쁨을 준다는 것이다. 2017년 한 통계에 의하면, 자신에게 기쁨을 주는 것에 대한 응답으로 1위는 가족(42.9%)이고, 2위가 반려동물(29.4%), 그리고 돈(12.7%), 여행(5.5%), 취미생활(5.5%)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이 남성보다 반려동물로부터 받는 기쁨이 더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반려동물 관련 한 논문에 의하면, 반려동물을 선호하는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6세 이하의 자녀들에게 나타난 긍정적인 효과는, 생명의 소중함을 깊이 이해하게 되었고, 외로움을 덜 타게 되었고, 타인에게 베푸는 관대한 마음을 갖게 되었고, 가족과의 대화가 증가되었고, 책임감이 강해지고, 규칙을 잘 지키게 되었다는 것이다. 65세 이상의 연령층, 혹은 응답자 자신의 경우, 외로움을 덜 타게 되었다, 정서가 안정되었다, 스트레스가 줄었다, 활기찬 생활을 하게 되었다, 운동량이 늘었다 등이 반려동물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로 나타났다. 모든 연령층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반려동물의 가장 큰 유익은 외로움을 덜 타게 되었다는 것이다.



고독한 현대인의 돌파구
오늘날 현대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 중의 하나는 개인주의, 고립주의 현상이다. 인구는 증가하고 사회활동은 다양해지고 있는 반면에 개인들이 마음을 열고 접촉하는 주변의 사람들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가족에 대한 기존의 개념마저 허물어지고 독신으로 사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으로 발전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1985년에 한국의 1인 가구는 6.9%였다. 10년 뒤인 1995년에는 12.7%, 2005년에는 20%, 그리고 2010년에는 23.9%로 급속히 증가되었다. 2020년에는 1인 가구가 거의 30%에 가까워, 가장 보편적인 가구 형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현재 대학생 세대에서는“ 부부와 자녀가 있는 가구를 정상적인 가정이라는 규범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52% 정도만 긍정적으로 대답하여, 가족이 있어야 가정이라는 개념이 앞으로 와해될 징후가 뚜렷하다.



이렇게 가족 개념에 혼란이 발생하면 정상적인 가정을 이루어 살아야 한다는 동기부여가 약화될 것이고, 결과적으로 독신으로 거주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시대가 도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미 오늘날에도 그러한 현상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독신들은 스스로의 고독과 외로움을 달래기 위하여 반려동물을 선택하게 된다. 사람들과 만나서 정(情)을 주고받고 사랑을 나누며 살아야 할 사람들이 반려동물과 정을 나누는 패턴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특히 가장 대표적인 반려동물인 개와 친숙한 관계를 맺고 개에게 정을 주고 개로부터 받는 정을
즐기는 생활 구조가 형성된다. 다시 말해서 현대인들은 불가피한 사회 구조 속에서 만들어지는 외로움의 돌파구로 반려동물을 선택하는 경향으로 기울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견정’(犬情) 보다는 인정(人情)을 키워나가야
반려동물 애호가들이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취향과 반려동물에 대한 애착을 충분히 존중할 필요가 있다. 이미 사람들이 반려동물과 어울려 사는 것은 보편화 되어 있고 선진국으로 갈수록 심화되는 추세이기도 하다. 국민소득과 반려동물과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결과에 의하면, 국민소득 수준이 1만 달러가 되면 반려동물이 하나의 문화로 정착되기 시작하고 2만 달러가 되면 그 문화가 급속히 발전하게 되어, 3만 달러가 되면 마침내 반려동물의 인격화가 시작된다고 한다. 사람과 함께 사는 가족의 개념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생각해 볼 문제는 사람이 사는 세상에서 인정(人情)은 메말라가고‘ 견정’(犬情)이 풍성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의 정은 지극히 상대적이고 조건적임에 반해 개는 조건 없이 일방적으로 사람을 좋아하고 따르기 때문에 견정을 맛본 사람들은 우선 급한 대로‘ 인정’보다는‘ 견정’을 좋아하게 된다. 사람을 의미하는 인(人)자의 구조를 보면 막대기 두 개가 서로 기대어 의존하는 모양이다. 그리고‘ 인간’(人間)이라는 말의‘ 간’(間)자도‘ 사이’를 뜻하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가‘ 인간’이라는 말이다. 그러니까 인간이라는 말을 정리하면, 사람이 서로 기대고 의지하면서 사랑과 정을 나누면서 살아갈 때 인간으로서의 존재 가치와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삭막하고 메마른 이 시대에 우리 인간들끼리 따뜻한 정을 나누면서 살아가고자 하는 진지한 노력이 필요하다. 서로 이해하고 협력하는 지속적인 정성이 있어야 한다. ‘사람 팔자’가‘ 개 팔자’ 보다는 나은 세상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대기자 김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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