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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탐방

김중양 평안남도 도지사에게 듣는다

“적선지가積善之家 필유여경必有餘慶 이라”



“적선지가 필유여경은 선한 일을 많이 한 집안에는 반드시 경사가 있다는 뜻입니다. 여러 분 집안도 그렇죠?” 3월~5월 매주 수요일 오후 2시 이북5도청 강당에서는 겸하(謙下) 김중양 도지사의 ‘웃으면서 익히는 한문교실’이 열린다. 한자는 우리말을 보다 풍부하고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해 필요하며 한문 습득은 선현의 지혜와 경험을 배울 수 있고 전통문화를 계승·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필수다. 김 도지사는 어려서는 한문을, 성장해서는 우리나라 백두대간을 다 밟은 후 『명산에 오르면 세상이 보인다』 는 산행수필집을 출간했다. 평안남도 도지사로 향토문화를 전승·보전하는 일과 실향민·탈북민들을 위한 일을 하고 있다.




웃으면서 익히는 한문교실은 1년에 2번 봄·가을에 3달 과정으로 있다. 올해는 제5회로 매번 60~70여명이 수강을 하며 어떤 때는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호응이 좋다. 그 중에는 한 번 들어 부족하다며 회기에 상관없이 꾸준히 오는 수강생도 있다.


수강료는 무료다. 수강생의 연령은 30~98세의 분포며 직업도 다양하다. 이북5도청에서 강의하니 고향을 등지고 나온 연세 든 실향민들은 고향 소식도 접하고 늘그막에 하는 공부 재미에 빠져 수요일이 아주 많이 기다려진다고 한다. 김 도지사에게 물어본다.


‘웃으면서 배우는 한문교실’을 연 이유는 무엇입니까
피난민 1세대가 가지고 내려온 자료는 70여 년 전 것이라 거의 한자로 쓰여 있습니다. 북한문화와 역사 그리고 향토지 발간을 위해서는 한문습득이 필수적이라 생각되어 한문교실을 개설했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의도로 시작했는데 한문교실이 알려지자 많은 분이 한문을 통해 운치도 알고 생활의 지혜를 배운다며 옵니다. 또 더러는 어릴 적 피난 나오며 부모님께서 소중하게 간직하시던 족보나 서류, 책자 등을 가지고 와서 해석을 부탁합니다. 저 자신 실력이 많이 부족하지만, 한문 번역에 대한 문제를 해결해 드릴 때는 참 보람도 느낍니다. 활동할 수 있는 한 한문강의는 필요한 곳이 있다면 재능기부 할 것입니다.




한자는 언제 공부했으며 한문교육은 언제 하는 것이 효과적일까요
제가 어릴 때는 집 근처에 서당이 많았습니다. 피난 내려와 충남 예산서 초등학교 다니며 서당에 가서 천자문이라든지 소학을 익혔고 이후 중·고등학교 때 본격적으로 한문과 한시를 접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배우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경험으로 말씀드리면 초등학교 때 한자를 잘 익혀 놓으면 장차 사회생활 하는데 큰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행정고시 합격 후 30년 공직생활 중 한문 실력은 어떤 면에서 도움이 되었나요
예를 들면, 국제회의에서 중국인을 만났을 때 중국말을 몰라도 한문을 쓰면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금방 친숙해질 수 있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 법률문서 등이 대부분 한자어에서 유래되어 실제 행정 하는 데 한문은 참으로 유용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어려운 한자어,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는 쉬운 우리말로 바꾸어야겠죠.


평안남도 도지사로서 가장 역점사업은 무엇이며 통일 대비 준비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도민사회의 화합과 활성화를 촉진하고, 후계세대 육성과 민족의 동질성 회복을 위한 전통문화예술 계승발전, 북한이탈주민의 지원확대 및 통일대비 역량강화와 안보의식 고취에 중점을 두고 도정을 적극 추진해 나가고 있습니다. 통일하면 보통 땅의 통일, 정치·외교의 통일만을 생각하는데 사실 ‘사람의 통일’이 보다 중요하다고 봅니다.


70여년간 다른 체제와 문화에 살다 보니 남북한 사람들의 사고방식이라든지 의식체계가 무척 다릅니다. 그간 잃어버린 문화, 전설, 민속 등을 복원하여 남북한 사람들을 민족공동체로 묶는 작업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통일이 되면 남북한 국민들 간에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초등교육 과정에 한문 과목이 필수라고 생각하시나요
네 그렇습니다. 한글이 세계에서 으뜸가는 문자임은 틀림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세종대왕은 참으로 위대합니다. 그러나 우리말의 70%가 한자어에서 비롯되었고 도서관 장서의 90%가량이 한자어에서 유래된 점에 비추어 우리 민족 문화를 알고 또 우리말을 더욱 올바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한문 습득이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선진국일수록 자국어 외에 외국어 두 개, 세 개는 습득시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만큼 영어, 한문 등은 필요 불가결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습득체계를 마련함이 타당할 것입니다.



一勤天下無難事 百忍堂中有泰和
일근천하무난사 백인당중유태화. 김 도지사가 평생 신조로 삼은 글귀다. 한결같이 부지런하면 세상에 어려울 것이 없고 백번을 참으면 집안에 큰 화평이 있다.


평남 평원군이 고향인 1945년생 김 도지사는 6살 때 어머니 손을 잡고 대동강을 건넜다. 6·25동란 중 남편을 잃은 어머니는 충남 예산에 정착해 노점에서 장사했다. 학교와 서당을 다니며 수시로 어머니를 도와 후춧가루 빻는 일 등을 했다. 서울대학교 법대 입학은 어머니 고생에 대한 큰 보답이었으며 집안 형편이 나아지는 기폭제가 되었다. 一勤天下無難事(일근천하무난사)다.


어머니는 아들 입학 졸업 때면 항상 한복을 곱게 입으셨다. 1976년에 결혼한 아내 김자선 여사는 여태까지 어머니 수발을 들고 있다. 효가 있는 집안이기에 1남 2녀 모두 사회에서 제 몫을 훌륭히 해내고 있다. 아들 김상준은 서울대 공대를 졸업, 하버드대에서 반도체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삼성기술연구소에서 근무하며 장녀 김도희는 서울대 자연대를 나와 하버드대 경영 석사로 금융감독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차녀 김준희는 연세대 영문과와 MIT에서 석사를 취득한 후 현재 작가로 활동 중이다. 百忍堂中有泰和(백인당중유태화)다. 김 도지사는 1972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30여 년을 공직에 있었다. 1989년 저술한 『한국인사행정론』은 6쇄까지 찍은 스테디셀러로 영문으로도 번역 출간되어 세계 각국에서 읽히고 있다. 謙下(겸하)가 그의 호다. 겸손하고 항상 下心(하심)으로 상대방을 공경하려는 마음에서 겸하로 지었다고 한다.




취재후기
취재차 몇 번을 방문한 후 김중양 도지사님으로부터 碧泉(벽천)이란 아호를 받았다. 푸른 샘물처럼 맑고 정갈하게 남에게 베풀면서 인생을 살아가라는 뜻이다. 명리학에도 조예가 있는 김 도지사는 기자의 사주를 보고 그에 맞는 아호와 배경을 적어주었다. 아호대로 살아야겠다. 이북5도청 평안남도 자료실에 보면 한문교실 영상이 올라와 있다. 강의 현장을 녹화한 것이다. 『웃으면서 익히는 한문교실』책 1권만 제대로 공부해도 사찰의 주련이나 웬만한 한문은 해석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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