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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탐방

여성 기업인 국민순 대표, 악기 전문 낙원상가에서 월드음향 30년 운영


현재와 과거가 맞닿는 곳 낙원상가. 종각역 근처다. 1974년 8월 15일 지하철 1호선 개통이래 40여년간 서울은 빠른 속도로 현대화되어 디지털시대가 되었지만, 여전히 아날로그 향수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지하 1층은 재래시장인데, 김밥이 제일 먼저 생겼고 저렴하면서 맛도 좋은 국수가 유명하다. 2층~5층에는 악기 전문점, 악기 관련 사무실 등이 밀집해 세계 최대 악기 전문 상가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13년 서울특별시 미래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악기 전문점 역사의 산증인은 누가 있을까. 주변 지인의 추천으로 월드음향의 여성기업인 국민순 대표를 소개받았다. 취재 요청에 무슨 인터뷰냐며 수줍어했다. 개성 상인의 신뢰와 한우물 경영 상도정신처럼 국민순 대표 역시 30년 이상 음향전문점 운영과 무엇보다 신뢰, 정, 웃음으로 고객과 인연을 이어가고 있으니, 그것이 21세기 상도정신 아니겠냐고 취재 동기를 밝혔다. 악기를 찾아 2층으로 올라가면 왼쪽에 첫 집이 월드음향이다. 국민순 대표는 이야기에 앞서 악기점마다 고객을 대하는 정신은 비슷할 것이며, 관리사무소의 노고도 크다고 말문을 열었다.



월드음향은 30년 이상 이곳 낙원상가에서 음향전문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월드음향에서 주로 취급하는 기기는 무엇인지, 주로 많이 판매되는 기기는 무엇인지요?


주로 마이크, 앰프, 믹서, 스피커, 미디장비등을 취급합니다. 옛날 아날로그 시절에는 마이크를 앰프에 꽂으면 소리가 났어요. 그러나 요즘은 모든 게 디지털화되면서 미디장비가 많이 판매되고 있어요. 컴퓨터를 이용해서 프로그램을 깔고, 그 프로그램을 이용해 음악을 만들고 녹음도 하는 데 필요한 장비지요.



음향전문점을 하게 된 남다른 계기가 있었나요?


사실 남편을 도와주다 시작하게 되었는데, 이제는 음향에 전문가 아닌 전문가가 되었지요. 그냥 단순히 제품만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고 손님들이 원하는 것을 잘 파악해 좀 더 좋은 것을 권해주고 만족해하는 모습을 볼 때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컴퓨터나 프로그램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이기도 하니까 항상 배우고 노력합니다.



일반 개인 구매자 이외에 규모가 있는 공연이나 공간 설치공사도 하시나요?


네, 방송사에 장비를 납품하기도 하고, 공연장이나 종교시설, 학교강당 등 음향 설치공사를 많이 하는데, 최적의 음향설치를 위해 기기를 잘 선택해 권하는 게 아주 중요합니다.





음향전문점을 오래 하다 보면 많은 손님이 거쳐 갔으리라고 봅니다. 주로 오시는 손님은


네 우리 가게에는 두 분류의 손님이 오세요. 젊어서부터 음악을 하시면서 꾸준히 전문적인 장비를 찾으시는 분과 정년 후에 취미로 음악을 시작해 제2의 인생을 시작하시려는 분들이지요. 어르신들이 오시면 필요한 것을 물어보고, 비슷한 장비가 있으면 잘 활용할 수 있게 친절하게 설명을 해드리면 좋아하시는 모습에 보람을 느낍니다.



그럼, 단골손님이 많으시겠네요. 기억에 남는 고객이 있으신가요


네, 제가 감사히 생각하는 것은 세월이 흘러 3대가 단골로 오시는 분들이 있어요. 이럴 때 행복하지요. 손자를 보면 아버지 할아버지 모습이 다 보여요. 물건은 어디 가서나 살 수 있지만, 인연이란 것은 그렇지 않잖아요. 저희가 30년이 넘게 장사를 잘 할 수 있었던 이유도 손님들이 가족처럼 생각해주고 꾸준히 찾아주는 손님들 덕분이지요. 꼭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요즘 온라인으로 마이크나 음향기를 구매하는 추세가 늘고 있다고 들었는데, 온라인으로 구매할 때 주의사항과 가격면에서 어떤지, 오프라인으로 구매할 때 상가 내 다른 가게들도 판매가격이 같은지 다른지 알고 싶습니다.


요즘은 정보가 많아 손님들이 더 잘 알고 올 때가 많아요. 물론 젊은 사람들은 온라인 구매도 많이 하는데, 너무 최저가만 찾으면 해외병행수입의 경우 A/S가 어려워요. 제품에 시리얼 넘버로 구분이 되니까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합니다.4~50대들은 아직도 발품을 팔아 직접 눈으로 보고 사려고 오는 분들이 많아요. 그리고 요즘은 가격이 거의 오픈되어 있기 때문에 비슷합니다. 상가 내에서도 가격은 비슷하지만, 단골손님들에게는 가격을 더 잘해주는 경우도 있어요.



낙원상가는 한때 철거 위기까지 몰렸다 최근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다양한 공연과 프로그램 시행 등으로 주목받고 있는데, 실제 피부로 느끼는 변화가 있는지요?


네, 예전보다 훨씬 깨끗해졌다고 손님들이 말씀하세요. 요즘은 경기가 어려워서 손님들이 많아지진 않았지만, 단골손님들은 꾸준해요. 활성화될 때까진 아직 시간이 걸리겠지요.



서울시의 도시재생활성화계획이 발표되면서 낙원상가도 앞으로 변모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혹시 바라는 점이 있다면?


전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이렇게 낙원상가처럼 규모가 큰 악기점이 없어요. 여긴 세계적인 악기의 메카예요. 좀 더 홍보를 많이 해서 외국인들도 찾아올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합니다.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무엇보다도 보잘 것 없지만, 정부에서 여성 기업인 자격을 인정해 주어서 납품을 조금 편하게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자격이 없을 땐 어려움도 있었지만, 자격을 따고 나니 좋은 점도 있지만,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자격이 있고 없고를 떠나 제 이름 석 자와 우리 월드음향 상호는 손님들의 가슴에 언제까지나 영원히 남게 하고 싶습니다.





취재 후기


종로거리에 변화의 물결이 몰아쳐도 악기 전문 낙원상가와 함께 오래된 역사를 이어온 월드음향은 언제나 변함없이 그 자리에 남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발품을 팔며 멀리서 찾아오는 사람이 많다. 단골 중에는 할아버지, 아버지, 손자까지 3대의 특별한 이야기도 있다. 그중 할아버지에게 왜 이곳을 찾느냐고 물었다. “글쎄요! 다른 곳은 물건이 비싸든 싸든 그냥 제값을 다 받는데, 이곳은 어디에 쓸 건지 물어보고 비싼 것보다 저렴한 것도 좋다며, 호주머니 사정까지 살펴줍니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고마운 일이죠. 딸처럼 누이동생처럼 느껴집니다.”라고 말했다. 어떤 할아버지는 잭이 안 맞는다고 가져왔는데 사실은 잘 맞았다. 그래도 불안하다며 또 사겠다고 돈을 내밀었다. 국민순 대표는 할아버지에게 멀리서 오셨는데, 가시는 길에 요기라도 하라며 돈을 받지 않았다. 그 할아버지는 이러면 안 되는데 라며, 돌아서는 눈빛에서 정말로 고마워하는 아름다운 모습이 엿보였다. 때마침 또 다른 젊은 고객 3명이 들어왔다. 인터넷에서 물건을 구매했다가 낭패를 보았는데, 앞으로는 꼭 이곳을 찾아오겠다며 고마워하기도 했다.


그 어느 때보다 경제가 어렵다고 힘들어하는 모습이다. 그런데 국민순 대표는 악기점뿐만 아니라 모든 경기가 어려운데, 조금만 더 기다리고 고생하면 경제가 활성화되지 않겠냐며, 기자에게 희망 섞인 말을 건넸다. 21세기에 되새겨야 할 상도정신 가운데 돈보다 중요한 사람의 마음을 나누는 뜻깊은 취재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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