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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탐방

전 세계 최고품질로 뚝심사업 최첨단 신소재개발 (주)한국카본 조문수 사장

20161130_144913.png▲ 45년 전부터 우리의 독창적인 기술이 아니면 안 된다는 신념으로 신소재 연구개발에 매진한 조용준 한국화이바 회장과 장남 조문수 한국카본 사장(출처:경향신문)
 
한국카본에서 생산하는 탄소복합소재는 쇠와 동일 무게 대비 40배 강도를 유지한다. 항공기, 무인기, 선박, 자동차, 건물 등 육·해·공 모든 고급제품에 쓰인다. 고가임은 당연하다. 일관되게 장기간 첨단소재 연구개발에 투자한 안목이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빛을 발하고 있다. 조문수 사장은 일본과 프랑스에서 전량 수입하던, LNG선 화물창 2차 방벽 자재인 RSB와 FSB 국산화에 성공한 공로로 2013년 은탑산업훈장을 받았다. 또한 법무부의 오랜 숙원사업으로 희망 기업가가 없어 지지부진하며 뜻을 펼치지 못하던 재소자 희망근로센터 제1호가 한국카본에 있다. 산업현장이나 사회공헌에서 누구도 가지 않았던 길을 개척하고 있다.

글 김윤옥

조문수 사장의 아버지, 조용준 회장을 빼놓고 한국카본을 이야기할 수 없다. 조 회장은 1972년 한국화이바를 설립하여 항공기용 복합소재 개발로 장영실상, 방위산업체 연구개발분야 대상, 핵폐기물 유리화처리기법 개발로 세종대왕상, 2002년 열차용 불연재소재 개발로 금탑산업훈장을 받았으며 대통령·국무총리·환경부장관상 등 국내 수상은 물론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복합소재부문에서 세계적인 상인 JEC(유럽복합재료연합회) 공로표창장을 받았다. 수많은 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것은 독학으로 일본서적을 연구하고 남이 할 수 있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으로 실험 연구한 결과다.

심지어 소재개발 뿐만이 아니라 일본에서 수입하던 유리섬유 원사를 본사에서 직접 생산하기 위해 유리섬유 용융로까지 만들었다. 국내 최초 유리섬유생산 기술을 자체개발한 것이다.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장남인 조문수 사장은 화학공학을 전공하고 장녀인 조정미 고문은 Dayton대학에서 재료공학 박사학위를 받아 한국카본에서 복합소재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20161130_144949.png▲ 2013년 수입대체물질 개발로 은탑산업훈장을 받는 조문수 사장
 
중국에 기술유출을 염려하여 납품을 유보하고 있는 조문수 사장
중견기업에서 대기업의 납품요구를 유보한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다. 조 사장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한국카본과 대한민국을 위해 단기간의 수익을 포기하고 관망하고 있다. 조선업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대한민국이 다시 선박업계의 선두주자로 재기할 수 있는 길은 기술유출이 안되고 품질을 우선 시 할 때만이 가능하다고 한다. 유야무야 하는 사이 기술이 해외로 유출됨을 막아보려는 의지와 자신만이라도 지켜야할 것은 지키자는 신조로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지 않고 있다.

조 사장은 첨단소재 개발사업은 적어도 10년 앞을 내다보며 연구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한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조 사장 개인이나 국가가 소탐대실하는 우를 범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물건을 팔지 말고 사게 만들라’ 며 직원들에게 훈시한다. 조 사장이 아들로서 기억하는 아버지의 교훈은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고 손해는 자신이 보는 것이 속이 편하다. 허나 물건을 만들 때는 철저하게 상대가 지불할 수 있는 가치를 만들어 사게 하라’ 라고 한다. 그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은 그 아들이다.

일본 미쓰이물산 한국카본에 306억원 자본출자 및 전략적 업무 제휴
조 사장은 일어를 현지인처럼 구사한다. 일찍이 일본 유학을 다녀온 결과다. 천억원대의 현금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카본에 306억원의 미쓰이물산 투자가 큰 비중은 아니지만 그 의미와 파장은 금액 대비 파급효과가 크다고 볼 수 있다. 1876년에 세워진 미쓰이물산은 전 세계 곳곳에 지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기업으로 한국카본의 소재가 품질 고급화에 기여하는 것을 눈여겨 본 미쓰이물산이 투자 및 업무 제휴를 맺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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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30_145030.png▲ (좌측사진) 고냉에서 액체로 운반되는 LNG가스 저장고는 한국카본의 특수 기능첨단소재가 쓰인다. (우측사진) 이스라엘 최대 국영 방산업체인 IAI사와 연구개발을 진행 중인 FE-팬더
 
이스라엘 최대 국영 방산업체인 IAI와 MOA 체결
2016년 2월 양사는 향후 한국에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최첨단 수직이착륙무인기를 공동 연구개발하기로 했다. 현재 연구개발을 진행 중인 FE-팬더는 동체에 한국카본 고품질 복합소재를 적용하고, 새롭게 개발한 하이브리드 추진 시스템(SHPS)을 탑재한 모델이다. 특히 하이브리드 추진 시스템은 한국카본이 한국-이스라엘 연구재단(KORIL)의 지원을 받아 국내 최초로 개발한 것이다.

이는 수직이착륙 시 전기모터를 사용하고, 순항 시 가솔린 엔진을 사용하면서 배터리를 충전한다. 효율적인 동력 공급으로 체공시간이 기존 전기모터 팬더의 2배 수준인 8시간으로 증가했다. 또, 고정익 무인기와 달리 활주로가 필요하지 않아 산지가 많은 국내 환경에 적합하고, 자동수직이착륙 및 자동비행기능으로 운용이 편리하며, 구조가 단순해 정비가 수월한 점 등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20161130_145100.png▲ 제1호 희망근로센터 개소식에 참가한 황교안 국무총리(당시 법무부 장관)
 
제1호 희망근로센터 유치
희망근로센터는 법무부에서 10여년 이상 수형 생활을 한 초범 재소자들을 상대로 사회에 복귀 준비를 하기 위한 지역사회 내 중간처우시설이다. 조 사장은 밀양교도소장으로부터 출소를 앞둔 재소자들을 위한 희망근로센터를 받아들이는 기업이 없어 실행을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자비로 공장 내 다른 시설을 수리해 재소자들의 생활공간을 만들고 직원과 같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출소 후 원하는 사람들은 직원으로 받아들였다.

아무리 법무부에서 한다고 해도 전례가 없는 일을 회사에서 한다고 하니 사내 반대도 있었지만 조 사장은 꼭 사회에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으로 제1호 희망센터를 개설했다. 몇 가지 어려움 중 하나는 재소자 신분이기 때문에 산재보험 적용이 안 되며 법무부 노동부 소방서 경찰서 등 각 부서의 규제에 따라야 한다. 그만큼 어려움이 많지만 4년째 꾸준히 센터를 잘 운영하고 있다. 최소한 정부에서 장애인고용시 주는 혜택이라도 주면 좋겠다고 한다.

출소 후 한국카본에 근무하는 직원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교도소에 있으며 정말 일이 하고 싶었습니다. 희망근로센터에 오고 싶어 간절히 원하다 한국카본에 오게 되었을 때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순간의 잘못으로 10년 넘게 수형생활을 하며 가졌던, 사회에 나갔을 때의 시선의식과 불안감이 이제는 완전히 해소 되었습니다. 교도소에서는 한달 열심히 일해도 30만원 정도가 최대 수입입니다.

재소자 신분으로 희망근로센터인 한국카본에서 일하며 받은 115만원의 월급은 제게 정말 삶의 희망을 주는, 어떤 것과도 값어치를 비교할 수 없는 귀한 돈이었습니다. 지금은 주말에도 쉬지 않고 일하면 300만원은 받습니다. 회사에서 사택을 주고 관리비도 제가 쓰는 전기와 수도세 몇만원만 내면 됩니다. 제 일은 단순노동이지만 일이 있다는 것 자체가 삶의 원동력입니다. 너무 행복합니다. 희망센터에 있을 때 명절이면 조 사장님과 이명화 사모님께서 떡국도 끓여주고 음식을 대접해 주던 그 고마움을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건강이 허락하는 한 한국카본을 위해 제 자신을 위해 열심히 일할 것입니다.”

연이어 인터뷰한 이성훈 노조위원장의 말이다. “작년에 노동자들의 권리와 요구를 당당하게 회사눈치 보지 않고 말할 수 있는,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회사를 만들기 위해 노동조합을 설립했습니다. 현장근무 환경개선 활동 및 불치암에 걸린 동료를 위한 성금모금이 있었는데요 희망근로센터 근로자 10명 모두가 자발적으로 성금을 내주어 참 고마웠습니다”

20161130_145116.png▲ 영국 이튼스쿨 출신 첫 해병대 입대자 조연호(조문수 사장 장남)가 전역하는 날, 조용준 할아버지께 인사하고 있다.
 
취재후기
기자는 밀양의 한국카본 취재를 마치고 마산으로 이동할 때 실례를 무릅쓰고 회사차 이용을 요청했다. 감사하게도 조 사장의 차로 이동하며 운전기사로부터 조 사장에 대한 이야기를 더 들을 수 있었다. “한국카본 초창기에는 재벌2세인 조 사장님을 다 곱지 않은 시선으로 봤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불황 속에서도 꾸준한 영업이익이 나다보니 사업가로서 역량을 충분히 인정받았습니다. 그리고 소탈한 성품이세요. 사모님과 자제분들이 영국에 있을 때 지인들과 만나 식사한 자리에서 남은 음식을 싸갖고 나오시는 거예요.

젊은 사장님이 비닐 봉투를 손에 들고 나오며 ‘아깝잖아 먹는 음식인데’ 하셔서 놀란 적도 많았답니다” 아 맞다. 조문수 사장의 아들 조연호는 영국의 이튼스쿨 출신 최초의 해병대원이다. 자원해서 해병대를 갔으며 제대하는 날 할아버지 조용준 회장께 제일 먼저 찾아가서 큰절을 올렸다. 글을 쓰고 보니 최고, 최초란 수식어가 많다. 조용준 회장의 바람처럼 기술력을 핵심으로 천년이 지나도 존속하는 기업이 되기를, 대대로 가업이 이어지며 번성하기를 기원한다. 인터뷰 중 가문을 생각하는 조 사장의 깊은 속내를 들으며 인물은 당대에 나오지 않는다는 말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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