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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완 칼럼-새해는 위대한 자각으로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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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신학자이며 철학자인 성 어거스틴(St. Augustine)은 시간론이라는 저서를 통해서“과거는 지나갔으니 없고, 현재는 흐르는 것이니 없고, 미래는 오지 않았으니 없다. 그러나 과거는 기억함으로써 존재하고, 현재는 목격함으로써 존재하고, 미래는 기다림으로 인해 존재한다.”고 했다. 2016년 새해가 밝아왔다. 새해가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와 설렘을 주는 것은 새로운‘기대와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만일 새해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없으면, 우리는 그저 불안감과 무기력으로 또다시 한 해를 맞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새해에는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국가적으로 모두 새로워져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사람이 새로워져야 한다. 특별히, 우리 사회의 지도층에서 위대한 자각이 일어나야 한다. 필자는 두 가지 측면에서 그 방향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사회지도층은 진정한 패션(Passion : 자기희생)으로 거듭나야 한다
  패션은 단순한 열정이 아니라‘죽음에 이르는 열정’을 말한다. 그 죽음에 이르는 열정은 자기희생과 수난을 말한다. 한 가지 모범사례를 들어보면,‘패션 오브 크라이스트(그리스도의 수난)’라는 유명한 영화가 있다. 멜 깁슨(Mel Gibson) 감독이 제작한 것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마지막 12시간의 수난사를 그린 영화이다. 그 영화는 종교적인 차원을 떠나서 진정한 지도자의 길이, 또 지도자의 패션이 어떠해야 하는 것인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지도자에게 무엇보다 중요하고 가장 우선시되는 덕목은 자기희생인 것이다. 지도자에게 자기희생의 덕목이 없으면 지도자라 할 수가 없다. 그리고 그 영화의 주인공인 제임스 카비젤(James Caviezel)의 말도 매우 교훈적이다. 그는 영화와 관련한 한 강연에서“우리 모두는 각자가 짊어져야 할 십자가가 있다. 그것을 지지 않으면 그 무게로 인하여 우리 모두가 망가질 것이다.”,“자유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민주주의는 인간사회의 특정한 도덕적 가치를 수호하려는 헌신과 희생이 없으면 지속될 수가 없다.”고 했다. 바로 그런 헌신과 희생의 정신이 지도자의 진정한 패션이고 길이고 덕목인 것이다. 

  우리 민족역사에도 모범적인 사례가 많이 있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은 사즉생(死卽生)의 일사각오(一死覺悟)로 나라를 위기에서 구했고, 조선조(朝鮮朝) 시대의 많은 선비들도 훌륭한 정신적 문화유산을 남겼다. 퇴계 이황 선생이 평생 좌우명으로 삼았다는 조선중기 상촌(象村) 신흠(申欽)의 한시에 그러한 정신이 잘 나타나 있다.‘동천년노항장곡(桐千年老恒臧曲, 오동나무는 천 년이 되어도 항상 그 곡조를 간직하고), 매일생한불매향(梅一生寒不賣香, 매화는 일생동안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월도천휴여본질(月到千虧餘本質, 달은 천 번을 이지러져도 본바탕이 변치 않고), 유경백별우신지(柳經百別又新枝, 버드나무 가지는 백 번을 꺾여도 새로운 가지가 돋아난다).’우리는 이러한 일사각오의 기백과 기상을 계승해 나가야 한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사회의 지도층은 어떠한가? 매일 같이 쏟아지는 지도층의 부정부패 사건들, 이제 국민들은 아예 눈에 띄는 것조차 싫어할 정도로 냉소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연말에 발생한 몇 가지 사건들을 보면, 로스쿨 졸업시험에 떨어진 아들을 구제하기 위해 학교를 찾아가 로스쿨 원장을 만난 뒤 아들의 낙제를 막을 방법을 묻는 등 부당한 행위를 자행한 신모 국회의원이 있었는가 하면, 신용카드단말기를 의원회관에 설치해 놓고 자신의 시집을 자신이 소속한 상임위원회 대상기관에 판매한 노모 국회의원이 있었고, 비서관의 봉급을 갈취한 박모 국회의원도 있었다. 정치인들뿐만이 아니다. 전 국정홍보처 김모 처장은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긴급체포됐고, 재향군인회 조모 회장도 배임수재 혐의로 긴급체포됐으며, 전 합동참모회의 최모 의장도 비리혐의로 기소처분 중에 있는 등 부패사건들이 수없이 많았다. 또 국회는 어떠한가? 제19대 국회는 역대 최악이라는 불명예를 남기고 막을 내렸다. 나라의 장래가 걸린 중요한 법안도 정쟁을 핑계로 처리하지 않고, 계류 중인 1만여건의 법안도 자동 폐기됐다. 이제 국회는 국민의 심판의 대상이 됐다. 정말 우리 사회의 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의 몰골이 말이 아니다. 이런 사람들은 눈도 귀도 없는 것 같다. 지난해 12월 초 미국 페이스북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이 마크 저커버그(31세)는 딸을 출산하자“모든 부모들처럼 우리는 네가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에서 자라기를 바란다.”며, 자신의 페이스북 지분 중 99%(약 52조원)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제발 이런 정신을 좀 보고 배웠으면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기희생이 없는 지도자는 배신자에 불과하고, 위선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이제는 대오각성을 해야 한다. 

보수·진보 정치세력들은 언러닝(Unlearning : 학습해제)으로 거듭나야 한다
  1960년도를 기준으로 볼 때 지난 50여년 동안 전 세계 평균 경제성장률은 6.6배에 지나지 않았지만, 우리나라는 350배에 달하는 기적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경제규모 역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으며, 종합적인 국력에서도 세계 9위의 글로벌 리더국가로 우뚝 섰다. 그러나 정신문화는 이와 더불어 발전하지 못하고, 수십 년 동안 정체상태에 머물러 있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Thomas Frey)는 지난해 5월 3일 KBS 특별프로인 <오늘, 미래를 만나다>에서‘한국은 머지않은 장래에 통일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고 전제하면서,‘통일의 열쇠로 언러닝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언러닝은 지금까지 자신들이 옳다고 학습했던 것들을 지우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으로,‘북한 주민들은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처음에는 분노와 거부와 같은 감정을 겪게 될 것이다.’고 했다. 정말 정곡을 찌르는 혜안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비단 남북관계뿐만 아니라 국내문제에서도 그대로 꼭 맞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광복 70년이 됐지만, 아직도 보수와 진보로 극열하게 나뉘어져 치열한 이념투쟁을 하고 있다. 물론 보수와 진보는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꼭 필요한 제도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너무나도 그 정도가 심한 것이 문제이다. 언러닝 측면에서 볼 때 양 진영 모두 문제가 많지만,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진보진영의 수구적인 행태는 언러닝이 더욱더 절실하다. 진보는 원래 앞으로 나아가는 것인데, 우리나라 진보는 이상하게도 그렇지 못하다. 예를 들어보면 아직도 1980년대 운동권 방식의 폭력시위를 하고 있다든지, 마르크스주의 유물사관으로 학생들을 미혹시키고 있다든지, 북한의 주체사상을 찬양하고 있다든지, 우리 사회를 계급투쟁으로 몰아가고 있다든지 하는 것들은 이미 폐기된 쓰레기에 불과한데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양 진영 모두가 일그러진 복면을 벗어던지고, 오직 나라의 앞날을 위해서 위대한 자각으로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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