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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군신신 부부자자 (君君臣臣 父父子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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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안제
한국자치발전연구원 원장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중국의 춘추시대 노(魯)나라에서 태어난 공자(孔子, 551~ 479 B.C.)는 35세이던 기원전 518년에 노나라를 떠나 제 (齊)나라로 갔다. 당시 노나라는 소공(昭公) 25년 때였고 우리나라는 단군조선(檀君朝鮮) 37대왕인 두홀왕(豆忽王) 28년이었으며, 제나라는 22대 임금인 경공(景公) 31년이었다. 그 이듬해인 기원전 517년에 제의 경공이 공자를 초청하여 어떻게 하면 정치를 잘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공자는 간단히“군군신신(君君臣臣) 부부자자(父父子子)”라고만 대답하였다.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 다워야 하며, 부모는 부모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는 뜻이다. 함축된 뜻을 간단명료하게 표현하기를 좋아하던 공자다운 답변이라고 할 수 있다.

군주(君主)는 한 나라를 다스리는 최고 통치자를 일컫는 데, 일찍이 중국에서는 군주를 여섯 유형으로 나누어 평가하고 있었다. 가장 훌륭한 군주로서 가히 임금의 자질을 갖춘 왕주(王主)를 첫째로 꼽았고, 다음은 나라와 백성을 올바로 다스리는 치주(治主)이며, 셋째는 나라와 정권을 온전히 유지할 수 있는 존주(存主)이다. 그리고 넷째는 우둔하여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둔주(鈍主)이고, 다섯째는 혼란스러운 정치로 사회를 무질서하게 만드는 혼주(混主)이며, 끝으로 여섯째는 나라와 정부를 멸망시키는 망주(亡主)다. 앞의 세 유형은 평균 이상의 양호한 군주들이라면 뒤의 셋은 평균 이하의 무자격적인 군주들이라고 할 수 있다.

철학의 아버지라고 불리우는 고대 아테네의 소크라테스(Socrates, 470~399 B.C.)는“너 자신을 알아라(Know thyself)”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어떤 일을 맡거나 어떤 일을 하기 전에 먼저 자기 자신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자신을 올바로 파악한 다음에 거취와 할 일을 결정해야 한다는 경고이다. 면장의 능력 밖에 없는 사람이 시장이 되면 그 시를 망치게 되고, 음악의 소질을 타고 난 사람이 미술을 하게 되면 미술도 망치고 자신도 빛을 잃는다. 소주는 조그마한 소주잔에 따라야 하고 막걸리는 큰 사발에 부어야 하는 법이다.

임금이 임금다우면 그 아래의 신하도 신하답지만, 임금이 임금답지 못하면 신하도 비슷한 신하만 모인다. 강한 장수 아래에는 약한 병졸이 없다는 말이 있다. 즉‘강장지하(强將之下) 무약졸(無弱卒)’이다. 때로는 임금답지 못한 임금 밑에 신하다운 신하가 있을 수 있지만, 그 신하는 오래 있지 못한다. 아버지답지 못한 아버지 아래에 아들다운 아들이 생겨날 수 있지만 그 아들의 고통과 번민은 크다. 군주와 신하, 부모와 자식은 모두 각각의 위상과 본분과 책무를 갖고 있으므로 이에 걸맞는 능력을 발휘하고 처신과 행동을 적절하게 해야 한다.

공자가 한 간단하지만 의미 깊은 이 말은, 비단 군신 (君臣)과 부자(父子)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많은 경우에 원용될 수 있는 명구이다. 먼저 자연현상에 있어, 하늘과 땅의 천지(天地), 낮과 밤의 주야(晝夜), 해와 달의 일월(日月), 추위와 더위의 한서(寒暑) 등이 그러하고 다음에 인간관계에 있어서는 지아비와 지어미의 부부(夫婦), 형과 아우의 형제(兄弟), 남자와 여자의 남녀(男女), 어른과 어린이의 장유(長幼) 등이 그러하며, 또한 사회 구성에 있어서는 나라와 지방의 국지(國地), 스승과 제자의 사제(師弟), 선배와 후배의 선후(先後), 장수와 병졸의 장졸(將卒) 등이 그러하다.

세계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사회와 기업과 가정의 모든 구성원들이 자기의 신분과 위치에 맞는 역할과 책무를 올바로 수행한다면 지구상의 인간 사회는 안정과 질서와 효율의 정도를 바르게 걸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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