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월간구독신청

인물&탐방

제3회 세계장애여성대회, 9월 3일~6일 대한민국 국회 광장에서 열려

   
▲ 허혜숙 (사)내일을여는멋진여성 회장.(사진=장해순 기자)

4년마다 세계대회, 2년마다 아시아대회가 한국에서 열린다. 세계에서 하나뿐인 장애여성 국제교류 잔치다. 2003년 UN장애인권리협약 특별위원회에 참석해 열악한 환경에 처한 세계장애여성들의 실태를 알게 된 (사)내일을여는멋진여성 허혜숙 회장의 꿈이 현실이 되고 있다. 장애를 가진 여성도 사회에서 충분히 인정받고 멋진 여성으로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은 본인은 물론 세계여성장애인에게 힘과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다. 2006년 UN총회에서는‘국제장애인권리협약’에 장애여성 별도 조항 제정을 주도했으며, 세계장애여성계의 리더로서‘세계장애여성기구’를 공식 UN기구로 등록하여 사무국을 한국에 유치할 예정이다. 세계장애여성운동을 구체적으로 실현할 토대를 구축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번 대회 슬로건은‘차별을 넘어 연대를 향해’다. 2007년 61개국에서 1천여 명이 참가한 1회 세계대회 때는 국제 네트워크 계기를 마련하여 지속적인 국제 연대와 교류를 통한 장애 여성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글로벌 리더십을 육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2011년 47개국에서 2천여 명이 참여한 2회대회는 세계장애여성연대기금을 조성해 장애여성의 권익과 빈곤탈피, 이동권 확보와 모성보호, 교육, 경제적 자립을 돕고자 했다. 놀라운 사실은 이런 큰 국제행사를 하며 정부나 대기업의 지원 없이 장애인 스스로 자금을 마련하여 초청행사를 했다는 것이다. 여성장애인이 구두를 닦거나 수선해서 번 돈, 발로써 그림을 그려 들어 온 수입 등 수많은 여성장애인이 십시일반으로 행사비를 후원했다. 두 번의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친 것은 많은 여성장애인들의 땀의 결과다. 9월 대회를 앞두고 허 회장의 행적이 알려지며 전국의 지인들이 추천해 허 회장을 취재하게 되었다. 제3회 세계대회는 100개국에서 대사와 여성장애인 등 2천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허혜숙 회장의 삶
  1966년 서울 종로에서 8남매의 막내로 태어나 세 살 때 소아마비에 걸렸다. 어린 나이에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면서 형제들은 뿔뿔이 흩어져 이집 저집 떠돌아다니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열여덟 살에 팔려가 3년 6개월 동안 갖은 고초를 겪었다. 산부인과 의사의 도움으로 겨우 벗어났다. 어려서는 공부할 기회도, 여성으로서의 정체성도 알 기회가 전혀 없었다. 모든 것이 상처며 아픔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장애인 인권운동을 하는 선배로부터 건네받은 책『사람됨의 철학』을 접하게 되면서 인생이 달라지게 된다. 본인이 한 인간으로서 중심이 되어 세상과 마주하며 가난과 성폭력에 시달리는 장애여성들을 위해 일하는 주체로 변모하게 됐다. 그 책을 선물한 선배가 지금의 남편이다. 인권운동가인 남편 옥바라지에 두 아이를 키우며 노점상, 음식장사 등을 하며 반듯한 집 마련도 했다. 음식장사를 할 때는 배고픔과 돈 없는 설움을 알기에 장애인들만 모이면 그냥 밥을 해주었다. 지금도 제일 잘하는 것이 밥이라 수시로 40여 명 직원 밥을 해준다고 한다.“전 어려서 참 운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운’자를 거꾸로 하면 공이잖아요. 공덕을 많이 쌓아야 제 운이 바뀌지 않겠어요”라며 활짝 웃는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성한 사람도 잘 못하는 판에 장애여성인 너희들이 무엇을 할 수 있겠어’라는 부정적인 시각에 허 회장은 말로 답하기보다 실천의 결과물을 보여줬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오바마 대통령 상패 등 수많은 공로패와 감사패를 받았다.

   
▲ 2011년 10월 18일~19일 각 대륙별 참가국 장애여성에 대한 컨퍼런스가 진행되었다.

(사)내일을여는멋진여성 창립
  허 회장이 본격적으로 장애여성을 위해 일하게 된 계기는 2003년 남편을 따라 UN 국제장애인권리조약에 한국추진연대 초안의원으로 참석하면서부터다. 장애여성의 사회참여는 물론, 임신과 육아조차 부정적으로 보는 열악한 세상을 향해 발을 내딛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장애여성의 경우 70% 이상이 배움의 기회조차 박탈당한 채 세상과 단절되어 외톨이로 살아가면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는 이중고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허 회장은 (사)내일을여는멋진여성을 설립하면서 장애여성들이 배움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장애여성도 한 인간으로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돕고자 노력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검정고시를 통해 2년제 대학 사회복지학과에 700명 이상이 졸업하는 등 장애여성의 재활에도 큰 성과를 보이고 있다.

 

   
▲ 고유의상을 차려입은 세계 각국 장애여성 대표들

(사)내일을여는멋진여성에서는 2012년부터 서울특별시 장애여성인력개발센터를 개관해 운영해 오고 있다. 이곳에서는 장애를 희망으로 바꾸는 여성으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제한된 장애여성 직업교육의 틀에서 벗어나 개개인의 요구와 특성에 맞는 직업 및 창업교육 방법과 사례를 중심으로 다양한 직종을 개발하고 보급하고 있다. 장애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긍정의 확답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작지만 한 걸음씩 내디딜 수 있게 돕고 있다. 또한 경험 없는 장애인들을 등 떠밀어 강단에 서게 한다. 경험이 없는 만큼 더 열심히 공부해서 준비하고 한번 강단에 서서 어려움을 겪고 나면 스스로 극복해나가며 성장하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 장애여성의 실질적 인권 보장을 위한 서울선언문 채택

제3회 세계장애여성대회
  올해 9월 3일부터 6일까지 세계 장애여성 대표들과 정책 대표자들이 모여 UN의 새로운 국제개발협력목표(post-MDGs)의 실질적 실현방안을 모색하고 협력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장애여성들의 국제대회가 열린다. 9월 3일 전야제와 마지막 날인 6일 견학 및 관광 일정을 제외하고 3일간 주제별 기조발제와 컨퍼런스, 세계문화축제, 전시회, 한국전통문화체험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올해는 2011년 제2회 대회 때 발족한‘세계장애여성연대기금’의 실질적 참여와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고, 주요의제인 세계‘장애여성이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주제로 논의할 예정이다.
  UN 장애인권리조약에 장애여성 단독조항 6조 7항을 넣어 전 세계 장애여성들이 희망을 꿈꿀 수 있도록 우리나라 장애여성들이 주도했고, 1, 2차 세계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장애여성 대표들이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2회 대회까지 정부나 대기업의 지원 없이 장애여성 스스로 십시일반 모금을 통해 자력으로 세계대회를 치러왔고,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보다 풍성한 볼거리와 논의를 이끌어 내왔다. 외국어고등학교 학생들이 통역을 도와주고, 예술고등학교 학생들이 재능기부 공연을 했으며, 학부모들 역시 도시락과 간식을 제공해 인권교과서에 나올 만한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한다. 올해 토론에서는 국가별 장애여성의 직업교육훈련 및 역량 강화방안,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위한 정책과 제도 및 시스템 마련, 지속가능한 일자리 개발을 위한 파트너십 및 협력방안을 중점 논의할 예정이다. 허혜숙 회장은“일자리를 통해서 내일을 여는 멋진 여성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UN사무국을 우리나라에 유치해 대한민국이 복지국가, 선진국가로 가는 좋은 선례”를 만들고 싶다고 마지막 소회를 밝혔다.

   
▲ 6.25 참전용사 한국 방문 때 숙식 및 관광을 후원받아 제공하고 장애여성이 만든 무궁화 꽃을 선물해 진한 감동을 선사한 허 회장

나가며
  허혜숙 회장은 장애여성들에게 먼저 거울을 보는 교육을 한다고 한다. 거울을 보며 외양도 가꾸고 내면도 내실 있게 가꾸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환경도 예쁘게 꾸미라며 전국지부 사무실에 직접 벽지를 골라 사서 보낸다. 큰 대회를 앞두고 바쁜 와중에도 KBS 제3라디오‘내일은 푸른하늘’프로에 정기적으로 출연해 장애여성의 일자리 주선에 나선다. 8일에는 3회 대회 총재를 맡은 함진규 국회의원과 UN장애인총회에 참석한다. 고마운 분들을 일일이 열거하며 그 중 김진옥 회장과 김경옥 이사장에게는‘당신은 가장 자랑스러운 봉사자입니다’라는 말을 꼭 해주고 싶단다. 일이 눈에 보여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는 허 회장. 자기 힘으로 할 수 없는 큰 바람이 있는데“9월 행사 때 박근혜 대통령께서 오셔서 장애여성들을 격려해 주시고 준비한 비빔밥을 같이 섞어주시면 더 바라는 바가 없겠다”라고 한다. 본인이 장애가 없었으면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었겠느냐며 이제는 도리어 장애가 축복이라는 초긍정 맹렬 회장의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한다.

   
 

  자연의 날씨도 가뭄과 장마가 있듯이 우리의 건강도 항상 좋을 수만은 없다. 언제 누가 장애를 입을지 모르며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정신적으로 문제 있는 사람들이 많다. 신체가 불편해도 그에 굴하지 않고 멋진 내일을 여는 장애여성을 위해 파이팅을 외쳐본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