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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탐방

한국스포츠개발원, "스포츠정신과 신규직업 창출로 스포츠산업 육성해야"

   
▲ 한국스포츠개발원 박영옥 원장

국민소득과 여가시간의 증가로 스포츠에 대한 참여율이 높아지면서, 창조경제를 견인할 콘텐츠로 스포츠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시설, 용품, 서비스업으로 분화되는 스포츠산업은 운영, 건설, 판매, 유통, 교육, 마케팅 등 다방면의 직업 창출이 가능하다. ‘스포츠산업의 천국’ 미국도 지난해 스포츠산업을 통해 4,220억 달러(한화 466조 7천억 원)를 벌어들였다. 이는 미국 자동차산업의 2배, 영화산업의 7배의 규모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과 비교해 GDP대비 스포츠산업의 시장규모가 적지 않지만, 그 내실이 조금 더 다져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에 국내 유일 스포츠전문연구기관 한국스포츠개발원 박영옥 원장은 한국 스포츠산업이 가진 ‘잠재력’에 주목했다. 박 원장은 스포츠 강국인 점, ICT강국인 점을 활용한다면 한국이 스포츠산업 분야에서도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이라 전망했다. 또한 스포츠산업 강국으로 성장하려면,‘스포츠정신’이 살아있는 선진 스포츠문화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원장에게 한국 스포츠와 스포츠산업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어 봤다.

-스포츠산업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스포츠가 가진 힘은?
스포츠산업은 부를 이끌지만, 스포츠 자체의 본질적인 기능은 사회를 건강하게 발전시키는 데 있습니다. 스포츠의 사회적 효능은 첫째 교육, 둘째 사회통합, 셋째 건강증진, 넷째 엔터테인먼트로 나뉘는데, 특히 교육과 사회통합 측면에서의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학생들은 일정한 규칙을 가진 스포츠를 즐기면서 팀워크 혹은 프렌드십을 내면화할 수 있고, 승패의 인정, 협동과 경쟁 등의 근대 시민사회의 기본 덕목을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됩니다. 또 스포츠는 역사적으로 이질집단의 통합에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만델라 대통령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최대 병폐인 인종차별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스포츠를 활용했는데요, 백인들의 스포츠로 여겨졌던 럭비로써 흑인과 백인을 화합시켜, 소위 레인보우국가를 만들어 내는 초석을 삼았습니다. 우리 사회도 이러한 스포츠의 통합가치를 앞으로 얼어붙은 남북관계 개선, 다인종 사회의 갈등관리에 적극 활용해가야 할 것입니다.

   
▲ 2004아테네올림픽 개막식에서 남북선수단이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입장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서로 다른 집단의 통합 수단으로 스포츠는 큰 힘을 발휘해 왔다.

-축구장, 수영장 등이 충분치 않아 스포츠꿈나무 육성에 난점이 있습니다. 한국 스포츠, 그리고 한국 스포츠산업의 현황은?
우리나라는 인구가 많지 않음에도 1988년 서울올림픽 종합순위 4위, 2012년 런던올림픽 종합순위 5위를 기록할 정도로 선수들의 기량이 대단하고, 골프, 펜싱, 양궁, 피겨스케이팅, 쇼트트랙 등 많은 분야에서는 최고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또 대부분의 국민이 등산, 자전거, 축구, 골프, 헬스, 수영 등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는 모습들을 흔히 볼 수 있고, 건강증진과 체형관리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는 선수들 기량만 뛰어난 것이 아니라 일반인들까지도 스포츠에 대한 참여도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스포츠를 크게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으로 나눴을 때, 두 분야가 골고루 발달된 셈이지요.

또한 스포츠산업에 있어서도 상당 부분 긍정적으로 평가되는데요, 우리나라만큼 곳곳에서 운동기구를 쉽게 볼 수 있는 국가는 많지 않습니다. 물론 축구장과 수영장 등 스포츠 종목과 관련된 시설들이 조금 더 확보될 필요성은 있지만, 얼마 전 문화체육관광부가 저희 개발원과 국민체육진흥공단을 통해 스포츠 산업을 진흥시키고자 13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할 정도로 스포츠산업에 대한 중앙정부, 지방정부의 지원이 잘 이뤄지고 있습니다.

민간에서도 새로운 사업들이 제안되고 있는데, 빅데이터 수집 및 분석으로 선수의 경기력 향상과 수익구조 개선, 스마트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야구장 정보 제공 등  ICT강국이라는 이점을 활용해, 스포츠산업과 ICT의 융합을 축으로 한 새로운 사업들을 마련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런 새로운 사업들을 지원하고자 정부에서 총 400억 원 규모의 모태펀드를 조성하고 있어, 정부와 민간 모두가 스포츠 산업 진흥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개발원도 스포츠와 ICT융합 연구에 집중하며‘ICT가 결합된 스포츠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총체적 움직임을 보았을 때, 우리나라는 곧 스포츠뿐만 아니라 스포츠산업 분야에서까지 수많은 직업, 대규모 수익을 발생시키며 거대한 시장을 형성할 잠재력을 충분히 갖고 있다고 봅니다.

   
▲ 슈틸리케 국가대표팀 감독이 어린이날을 맞아 어린이들과 함께 축구하고 있다. 아이들은 스포츠를 즐기며 협동과 승패의 인정 등 건강한 스포츠정신을 습득하게 된다.

-다양한 스포츠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스포츠산업 진흥을 위해 개발원이 추진하고 있는 사업은?
한국스포츠개발원(KISS)은 1980년 설치된 대한체육회 스포츠과학연구소를 모태로 1989년 독립법인 한국스포츠개발원으로 개원한 이래 1999년 국민체육진흥공단 산하로 통합되었습니다. 중국국가체육연구소(CISS)나 일본국립스포츠과학센터(JISS)처럼 기관의 법적 위치가 다소 다르지만 국가를 대표하는 종합스포츠과학기관으로 대표성을 갖고 있으며, 2012년 유네스코 석좌기관으로 선정된 국내 유일의 스포츠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엘리트체육의 경쟁력 강화, 생활체육 참가 및 장애인 체육 진흥을 위한 연구개발, 국민 체력 증진을 위한 측정 및 사업개발 등을 통해 국가 체육발전과 스포츠산업 진흥에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특히 스포츠산업과 관련해서 스포엑스SPOEX 등 박람회 개최, 기업의 박람회 참가지원, 해외진출 기업을 위한 외국어 브로슈어 제작 등 창업 및 경영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또 성공사례를 발굴하여 일반인에게 모호한 스포츠산업의 가능성을 가시화하고 있습니다.
 
개발원은 보다 큰 그림을 그려 많은 이가 스포츠산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길을 만드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안타까운 현실 중 하나는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스포츠 경기대회를 개최하고서 끝나고 나면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개발원에서는 프로스포츠 비즈니스화와 국내 스포츠 전문가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돼 일할 수 있도록 마케팅, 에이전시 운영, 국제대회 관리 등을 전문화 시키고 새로운 직업을 창출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장, 새로운 직업을 개발하는 것이 한국 스포츠산업의 장기적 발전을 위한 튼튼한 토양이 될 수 있습니다.

   
▲ 한국스포츠개발원은 2015서울국제스포츠레저산업전(SPOEX2015)을 통해 헬스, 피트니스, 캠핑카, 아웃도어, 캠핑, 바이크, 수상스포츠 등 국내외 스포츠 레저·산업의 최신 트렌드를 선보였다.(사진=한국스포츠개발원)

-스포츠산업이 주목되고 이 시점, 고려해야 할 문제는?
스포츠라는 콘텐츠는 사회를 좋게 만듭니다. 스포츠의 본질적 가치는‘스포츠정신’이라 말하는 것에 있는데요, 최고를 향해서 최선을 다하는 노력, 협력과 화합, 페어플레이 등의 스포츠정신이 사회를 아름답게 만드는 것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스포츠정신이 결여된 채 스포츠가 도구적으로 활용된 부분들이 있습니다.‘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왜곡, 투표권이 있는 성인 위주의 체육프로그램 마련 등이 가혹한 선수육성프로그램 생산, 아이들을 위한 스포츠산업의 부재라는 어두운 그림자를 남겼습니다. 우리나라의 엘리트체육이 정점에 도달한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이제는 선수육성시스템에 있어서 결과 지향적, 경쟁적인 부분은 개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내 아이가 미래다’라는 생각과 함께, 국민 건강과 엘리트 스포츠의 저변이 되는 유소년 스포츠에 대한 성인들의 관심과 배려가 필요합니다. 스포츠산업은 스포츠 정신이 담긴 스포츠문화와 함께 성숙되길 바랍니다.

취재 후
스포츠에 대한 사랑이 듬뿍 느껴지는 박 원장에게 스포츠의 어떤 매력에 빠진 것인지 물었다. 박 원장은 스포츠에 대해 알게 될수록 더욱 사랑하게 됐다고 답했다. 박 원장이 개발원에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어느 날, 밖에서 농구를 하는 동료 박사들의 얼굴을 보았다. 박 원장은 무표정한 얼굴로 연구하던 동료 박사의 얼굴이 금세 아이처럼 웃고 있었다며, 그 모습을 생생히 설명했다. 또 타이어를 매달고 훈련하던 한 선수를 본 경험도 떠올렸다. 그 선수는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도 훈련을 이겨내고 있었다고, 눈물을 흘리면서도 스스로의 한계를 넘으려는 모습에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스포츠는 순수한 쾌락과 동시에 얼마간의 고통까지 준다. 이 모순점에 인생의 진리가 담겨 있고, 그래서 스포츠는 인생을 가르친다. 

박영옥 원장은 스포츠산업 연구 분야 1세대다. 1996년 한국스포츠개발원에 공채 연구원으로 입사해 지난 19년간 스포츠산업 진흥정책, 남북체육교류 등을 연구하며, 개발원의 역사와 함께 했고, 올해 개발원 최초의 여성 원장으로 취임했다. 스포츠가 가져다주는 인간 사회의 긍정적 기능을 믿는 박 원장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스포츠의 진정한 정신, 그리고 가치를 알기를 바란다고 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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