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10 (일)

  • 맑음동두천 10.8℃
  • 맑음강릉 11.1℃
  • 맑음서울 10.4℃
  • 맑음대전 12.0℃
  • 맑음대구 12.5℃
  • 맑음울산 12.9℃
  • 맑음광주 12.5℃
  • 맑음부산 11.5℃
  • 맑음고창 10.5℃
  • 맑음제주 11.6℃
  • 맑음강화 6.8℃
  • 맑음보은 10.8℃
  • 맑음금산 11.7℃
  • 맑음강진군 13.5℃
  • 맑음경주시 12.9℃
  • 맑음거제 11.3℃
기상청 제공
월간구독신청

인물&탐방

한 성직자와 한 알의 염주가 만들어 간 기적의 날들

창립 9주년 맞아 10월에 1차 회향

   
▲ 네팔 대통령으로 부터 평화의불을 위임받고 있는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주 선묵혜자 큰스님

불교 교리의 핵심은 사성제(四聖諦)와 팔정도(八正道)다. 그중 사성제는 고통을 말하는 고(苦), 고통의 원인이 되는 욕망인 집(集), 고통을 없애는 멸(滅), 수행을 나타내는 도(道)의 네 가지 진리를 말한다. 불교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선묵혜자 스님과 마음으로 찾아가는 108산사순례기도회(이하 108산사순례기도회)’가 현대 한국불교의 새로운 포교문화를 선도하고 있어 늘 주목받고 있다. 불기 2559년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108산사순례기도회 9년간의 행적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재조명하여 소개한다.

붓다의 가르침을 되새겨보니
  석가모니는 인간 싯다르타 시절 깨달음을 얻고 깨달은 자를 뜻하는 붓다가 되었다. 붓다가 혼자 얻은 깨달음은 고통, 욕망, 태어나고 죽는 윤회 등 모든 것은 자신의 마음속에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깨달음을 세상에 전하고자 설법에 나섰고 살아 있는 동안 부지런히 수행에 힘쓰라고 가르치며 중생들과 함께했다.

  여기서 잠깐 용어의 뜻을 살펴보자. 석가모니는 석가족의 성자라는 뜻으로 싯다르타를 높여 부르는 말이며 깨달은 자 붓다라는 말은 중국문화권에서 한자로 음역되어 오늘날 부처를 나타낸다. 

  모든 불자는 인생의 고통이 존재하는 속세에서 어떠한 고통도 없는 열반에 이르기를 염원한다. 그러나 속세와 열반의 세계는 과연 다른 세계일까. 속세와 극락은 마음에 달렸다는 말이 있다. 마음 가운데 어둠을 거둬내는 순간 밝은 지혜가 자신에게 있다는 진리를 터득하고 순례를 통해 공덕을 쌓아가는 신행단체가 바로 108산사순례기도회다.

  선묵혜자 스님은 부처님이 중생구제를 위해 카필라 왕국의 왕위를 물려받을 왕자 자리를 버리고 고행의 길을 떠났던 것처럼 그 마음으로 108산사순례기도회를 이끌었다고 전한다. 108산사순례기도회는 2006년 9월 도선사에서 입재 후 그해 10월 부처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는 적멸보궁 영축산 통도사에 첫발을 내디뎠다. 5천여 명의 회원들이 매달‘108산사 찾아 108불공 올리고 108배 하며 108번뇌 소멸하고 108자비나눔선행공덕 실천하고 108염주’ 만들어 간 지 어느덧 9년 대장정 완주를 목전에 두고 있다.
 
  그동안 공중파 TV MBC, KBS, SBS를 비롯하여 연합뉴스, 불교방송 및 중앙 일간지 조·중·동 외에 월간지, 주간지, 지방지 등 일일이 언급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보도되어 알만한 사람은 잘 알 것이다. 9년간의 방대한 행적을 한정된 지면에 다 담기란 어려운 일. 상세한 정보는  www.108sansa.com 참조.

108산사순례기도회 궁극적 목적은!
순례 서원을 세우다

  선묵혜자 스님은 말했다. 성지순례를 완수한 사람은‘지옥에 가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이 인도·티베트·일본 등 불교국가들은 내생의 안락을 발원하고 잘못을 참회하고 청정한 세계에 들기 위해 살아 있는 동안 순례를 끊임없이 다닌다. 순례 서원을 세우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선묵혜자 스님이 도선사 주지를 역임하던 시절, 2005년 11월 서울 올림픽경기장과 부산 벡스코에서 중국 법문사에 안치된 불지사리 친견법회가 있었다. 그런데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 그해 12월 4~7일까지 대한민국 사찰에서는 유일하게 부처님 진신지골사리(가운데 손가락 뼈) 친견법회를 도선사에서 진행했다.  

  진신지골사리는 중국 시안 법문사의 보탑이 번개를 맞아서 1,113년 만에 붕괴하였고 그때 지하궁에서 발견된 국보급 유물이다. 세계 불가사의한 일로 유네스코에 등록되어 있다. 그러한 진신지골사리를  한국 불교 역사상 처음으로 종단이 아닌 사찰에서 모시게 된 것은 기적 같은 일이라고 회자되고 있다. 

  선묵혜자 스님은 도선사에서 친견법회를 마치고 2006년 5월, 108명의 신도들과 함께 시안 법문사에서 다시 친견을 했으며 친견 후 법문사와 형제결연을 맺었다. 이때 문득 불자들과 함께 108산사를 순례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저서‘선묵혜자 스님과 함께 마음으로 찾아가는 108산사’를 출간하고 독자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실제로 108산사를 찾아가 보자는 원력을 세웠다. 2006년 9월 발대식을 하고 도선사에서 입재식을 했다. 무엇보다 은사 스님인 청담 큰스님의 가르침을 늘 되새기고 있었다고 한다. 

생활 속 보시, 선행 실천하고 내 마음 찾는데 의미 둬
  선묵혜자 스님의 은사인 청담 큰스님은 조계종 초대원장을 지냈으며 우리나라 불교개혁과 불교정화운동의 대표적인 선구자다. 청담 큰스님은 평생 무지한 중생들을 구제하기 위해 역경, 도제육성, 포교의 세 가지 서원을 세웠고 그것을 유지로 남겼다.  선묵혜자 스님은 스승의 가르침을 뿌리삼아 108산사순례기도회라는 열매를 탄생시켰다. 핵심 사상은 아무런 대가없이 베푸는 선행이나 보시를 뜻하는 무주상보시(無住相報施) 실천이다. 

  군 장병사랑 초코파이 전달, 농촌사랑 농특산물 직거래장터 개설, 108효행상, 다문화가정108인연맺기, 108약사여래보시금, 108선묵장학금 등이 있다. 그 외 북한 어린이를 위한 자비의 우유를 보내준데 이어 지금까지 북한동포 돕기 공양미 300석 모으기 운동을 하고 있다. 서울역에서 종교를 초월하여 구세군 자선냄비와 함께 불우이웃돕기 행사 등을 통해 회원들은 신심을 쌓고 일반인은 불교에 대해 친근함을 갖게 됐다. 상세 내용은 도표로 정리했다.

  선묵혜자 스님은 불교 대중화에 힘쓰는 한편, 불교에 대한 충정을 애국애족으로 이어가 남북평화통일을 염원하고 세계 평화를 기원하며 그것이 바로 수행이라 여겼다.

가정·사회·국가·남북평화통일·세계의 평화 기원
네팔 룸비니에 세계 최초 탄생불 석주 조성, 평화의 불 한반도 이운

  선묵혜자 스님은 부처가 열반한 인도 쿠시나가르 열반당의 주지로부터 진신사리를 봉양 받으며 마음속으로 이렇게 기도했다.“길에서 태어나고 길에서 열반하신 큰 스승 부처님을 고향 땅에 모시고 싶습니다.”

  2008년 2월 23~27일 세계 최초로 부처 탄생지 룸비니에서 진신사리 이운 평화기원대법회를 가졌다. 스님의 길 안내로 부처 탄생 2552년 만에 고향 땅을 밟은 것이다. 이때 네팔 정부는 선묵혜자 스님과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원들을 국빈 대우 수준의 대대적인 환영으로 맞이했으며 현지 언론은 순례회 일거수일투족을 연일 특종 보도했다. 당시 네팔 정부는 왕정과 군정으로 내전을 겪고 있었는데 평화기원대법회 발원이 내전 종식에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네팔 정부는 스님에게 평화훈장을 수여했다.

  그 후 답례로 룸비니 성지 내 땅 2000평을 무상으로 제공했다. 2012년 2월 룸비니 성지 입구  평화공원 정문 앞 가장 좋은 자리에 한글로도 새겨진 평화기념비와 아소카 석주를 재현한 3m 높이의 탄생불을 조성했다. 네팔 정부는 그동안 세계 각 나라 불교계가 룸비니 성지에 동상이나 기념비 세우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었기에 불교 성직자들은 왜 하필 한국이냐며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는 후문이다. 
2013년에는 룸비니에서 채화한‘평화의 불’을 람 바란 야다브 네팔 대통령이 한반도 갈등 극복과 평화정착을 기원하며 선묵혜자 스님에게 전달했다. 평화의 불은 1986년 네팔 왕세자가 히말라야 산속에서 자연 발화해 타고 있는‘꺼지지 않는 불’과 미국 유엔 본부에서 가져온 불씨를 합쳐 룸비니에서 지켜온 것이다.

  선묵혜자 스님은 평화의 불을 가슴에 품고 구법순례길에 나섰다. 차를 평균 10시간 이상, 배는 12시간 이상, 야간 열차 3번을 타고, 히말라야 5천 미터 고지를 넘을 때는 고산증에 코피가 터지기도 했다. 17박 18일 동안 네팔 룸비니, 라싸, 거얼무, 돈황, 난주 보림사, 천수 길상사, 시안 법문사, 낙양 소림사, 청도를 거쳐 한반도로 이운해 와 5월 2일 임진각평화누리광장에서 ‘분단의 벽을 넘어 평화를 꿈꾸며’주제로 한국전쟁 정전 60주년 한반도평화기원대법회를 성대히 열었다.

“평화의 불이 개인과 마음의 평화가 가정의 평화, 사회의 평화, 국가의 평화, 남북평화통일, 세계의 평화가 되기를 발원했습니다.”행사 후 평화의 불을 들고 임진각 철길을 도는데 하늘에서 땅을 향해 세로로 길게 일자로 무지개가 떴다.“얼마나 상서로운 일입니까. 우리 민족은 하나였습니다.”

불자들이 붙인 별명 포대화상, 무지개 스님
  순례회원들은 그동안 70여 차례 이상 가는 곳마다 무지개가 떠 환희심에 두 손을 합장했고 신심도 깊어졌다. 그래서인지 스님을 가리켜 무지개 스님이라고 부른다. 또 포대화상이라고도 하는데 이유는 이렇다. 불교에서 포대화상은 뚱뚱한 몸집에 항상 웃으며 배는 풍선처럼 늘어져 괴상한 모습이지만, 고통 속에 헤매고 있는 중생들에게 웃음과 기쁨과 희망을 나누어 주는 복덕의 화신으로 알려져 있다. 신도들은 스님 얼굴에 번지는 인자한 웃음, 종교를 초월한 무주상보시 실천행이 포대화상과 많이 닮았다고 입을 모았다. 스님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상서로운 기운은 우리 수천 명의 신도들이 일심으로 기도한 선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특정한 날 특정한 시간에 일심광명 무지개가 장엄하게 하늘에 뜬 것을 나는 감히 그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도 없으며 또한 어떤 과학적인 힘으로도 도저히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라며“108산사순례기도회를 이끈 연유는 은사였던 청담 스님과의 무언의 약속때문인데 평소 주창하신 것도 한국불교 포교였습니다. 미래 불교는 산에서 거리로, 도시에서 농촌으로, 한국에서 세계 속으로 불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주창하셨죠. 일심광명 무지개와 일원상을 불자들과 함께 경험하면서 원만하게 회향할 수 있도록 청담 큰스님과 조사 스님들이 내게 내려주신 가피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무지개 뜬 현장 모습을 사진으로 게재했다. 

  5월 순례는‘한반도 통일과 세계평화를 위한 기원대회-세계 간화선 무차대회’와 부처님오신날 법회 관계로 대체하고 6월 설악산 봉정암, 7월 석굴암, 8월 서산 부석사, 9월 천안 각원사 순례를 마치면 108평화기도도량 수락산 도안사에서 10월에 1차 회향법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회향식을 앞둔 소감을 물었다.

“포교는 발품을 팔지 않으면 결코 이룰 수가 없습니다. 진심으로 불교가 가진 최상의 장점들을 보여 주고 몸으로 실천해야만 진정한 포교를 이룰 수가 있지요. 수천 명의 회원들을 이끌고 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일사불란하게 행사를 진행하는 일은 사실 매우 힘들면서도 단 한 번도 고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자원봉사자들의 신심 어린 도움 덕분이기도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불보살님의 무언의 가피 덕분임을 나는 진실로 믿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기도회를 이끈 회원들의 힘입니다.”

  회향식 후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라고 질문했다. 스님이 말했다.“회향식을 하더라도 2기 순례는 계속 이어집니다. 그리고 1차 회향한 분들은 새로운 기수를 결성해 순례를 하는데 그때는 9년 걸리는 시간을 5년으로 단축해 회향할 것이며 순례는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 임진각에서 자승 총무원장님과 고승대덕스님들이 평화의불을 점화한 후 신도들이 행사장 기도중 판문점 철책선 부근에 일자로 뜬 무지개
   
 

기자의 시선으로 본 108염주의 의미 
  삼보종찰 통도사, 해인사, 송광사 등 천 년 고찰의 이름이 새겨진 염주 한 알 한 알이 모여 108염주가 만들어졌다. 그것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각자의 보물이 되었다. 다녀온 사찰에서 있었던 그 날의 가슴 속 마음을 기록한 108산사 책 역시 집안의 가보가 되었다.

  순례회원들이 잘했다고 입 모아 말하는 것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자신이 이 세상에 태어난 것, 둘째는 자식을 가진 부모라는 점, 셋째는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원이 된 것. 그중 순례회원이 되어 9년 동안 한 성직자의 발자취를 따라 참 수행의 길을 걸은 것은 어떤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큰 선물이라고 했다.  

  기자는 2006년도 순례 시작부터 현재까지 9년여 동안 밀착 취재해왔다. 네팔 룸비니동산 동행 현장취재 두 번, 제주도 관음사를 비롯하여 기회 닿는 대로 순례길에 동참하며 보고 들은 사실대로 기사화했다. 순례회는 그동안 비가 와도 태풍이 불어도 눈보라가 쳐도 거르지 않았으며 버스로 열차로 배와 비행기를 타고 육지와 바다, 하늘을 날며 순례를 멈추지 않았다. 무엇보다 특정한 날 특정한 의미를 나타내듯 뜨는 무지개, 촛불속의 관음보살과 연꽃 형상, 평화의 불에 평화를 뜻하는 영어‘Peace’의‘P’자 형상의 불의 모습 등은 현대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일이었다. 또한 불자뿐만 아니라 기독교인, 천주교인 등 종교를 초월하여 하나가 된 화합의 장이기도 했다.

   
▲ 선묵혜자 스님이 박혜숙 기자에게 108산사순례기도회 회향은 부처님 가피와 신도들 덕분이라고 말하고 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