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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탐방

소아 뇌전증(간질) 치료, 꿈이 아닌 현실로

동서융합병원 김문주 이사장

한·양방 통합의학의 쾌거,

   
▲ 진료중인 김문주 이사장(사진=장해순 기자)

 

 

‘밤에 아프지 말고, 주말에 아프지 말고, 돈이 없을 때 아프지 말라’는 말은 의료계를 향해 꼬집는 유행어가 되었다. 밤이나 주말에 아파서 갑자기 응급실을 찾았을 때 의사가 없어 진료를 받을 수 없는 사례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경험할 수 있다. 또한, 환자는 1차 의료 기관에서 검사를 받았지만 2차, 3차 의료기관으로 옮길 때마다 처음부터 다시 검사를 받아야 하는 불편함도 감수해야 한다. 환자는 본격적인 진료를 받기도 전에 검사를 받다가 탈진할 수밖에 없고, 비용도 만만찮아 현실을 개탄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모든 병원과 의료진이 그런 것은 아니다. 소중한 생명을 위하여 본연의 사명감으로 똘똘 뭉친 병원이 있어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그들의 흰 가운과 청진기는 환자의 신분이 높고 낮음이나 돈이 많고 적음을 가리지 않는다. 오직 환자의 건강을 위해 김문주 이사장을 중심으로 김주원 원장과 현제영 박사, 손광현 한방신경과 과장, 강경숙 재활의학과 전문의, 황지원 부원장을 비롯한 의료진이 365일, 24시간 대기상태로 환자의 곁을 든든하게 지킨다. 본지 편집국에서는 환자들에게 인술(仁術)을 펼치고 있는 동서융합병원을 찾아 세상에 널리 알리고자 취재를 하였다.

 

환자가 갈등하고 피해를 보는 의료체계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는 세계적으로 성공한 제도로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선진국이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고 의료 서비스의 효율성을 높여서 의료비 지출을 억제하며, 의료의 질을 높임과 동시에 의료 서비스 제공의 형평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우리의 현실은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인다. 1차 의료기관과 2, 3차 의료기관이 환자를 놓고 경쟁하는 의료전달체계 속에서 건강보험제도의 본질을 왜곡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정책적으로 입원과 외래에 대한 통제기능을 상실했으며 의료기관별로 기능이 분담되지 않는 점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럴 뿐만 아니라, 환자가 양방으로 가야 하나? 한방으로 가야 하나? 갈등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현실은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폐쇄성과 기형성을 표현하고 있다.

 

의학에는 동·서양이 따로 없다. 의사는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를 하면 되지만, 우리나라는 의사면허를 한의사와 의사로 구분하여 이원화하는 세계에서 유일한 나라이다. 중국의 경우 중의사가 있지만, 의료 통합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의학공부를 하면‘통합의’로서 환자를 진료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는 의사가 교육과정을 수료하면 한방치료를 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의료체계가 일원화되어 있다면 의사는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데 의료 이원화 정책에 의해서, 대체의학이나 한방프로그램은 쓰지 못하고, 면허권에도 제약이 있다. 양자들은 자신들의 면허권을 방어하기 위해서 직능 간의 갈등이 끊이질 않고 결국, 모든 피해는 환자가 보고 있다.

 

*영아연축(웨스트증후군) 환자 최승엽(만 5세, 남)

2010년 겨울, 의젓한 사내아이가 태어났다. 온 가족이 기뻐하고 축복하였지만, 영아연축이 시작되며 가족의 행복은 길게 허락되지 않았다. 아기의 눈빛에 초점이 없어 엄마와‘눈 맞춤’을 할 수 없었다. 승엽이가 생후 5개월이 되었을 때, 엄마는 김문주 이사장을 찾았다. 한약과 침 치료를 통해 한 달 만에 승엽이의 눈빛이 살아나고 옹알이를 하며 엄마와‘눈 맞춤’을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열이 40도를 오르내려도 경기(驚氣)를 하지 않았다. 2013년 12월까지 치료는 계속됐다. 그러나 한약값과 재활치료비용이 부담스러워 2014년 1월부터 양방치료로 전환하였다. 그러자 승엽이는 밤에는 소리를 지르고 낮이면 종일 약에 취해서 잠만 잤다. 겁이 난 엄마는 6개월 만에 김문주 이사장에게 돌아왔다. 재활치료와 더불어 침 치료와 한약 치료를 한 달간 병행하자 승엽이의 병세는 다시 호전되었다. 병세로 공포감이 없던 아이가 조심성이 길러져 길거리에서 자동차를 만나면 엄마의 손을 꼭 잡고 눈을 마주치면서 엄마를 불렀다. 엄마는 자신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가슴으로 삼켰다.

 

※ 영아연축 : 영아에게 일어나는 독특한 경련의 한 형태로 뇌전증 증후군의 하나

 

 

한국에 온 지 3년째인 아기 이다은 환자

중국의 열악한 의료시설에서 아기를 낳다가 사고가 일어났다. 그러나 병원에서는‘아기가 장애가 많으니 포기하라’며 강제로 퇴원을 시켰다. 아기는 아픈 몸으로 집에서 돌을 보내야만 했다. 급기야 가족들은 아기의 치료를 위해 한국행을 결정하고 치료를 시작한 지 3년이 되었다. 처음 한국에 와서는 대학병원을 더듬고 다녔다. 한국의 병원에서도‘뇌 손상이 많이 되어 치료를 해봤자 일어나지 못한다.’고 했다. 그래도 가족은 치료를 포기하지 않고 2014년 3월 김문주 이사장을 만나 입원을 했다. 침 치료와 한약 처방을 받고, 물리재활 치료를 병행했다. 치료를 시작한지 4개월을 지나면서 거짓말처럼 아기의 경기(驚氣)가 멈췄다. 하루에 스무 번씩 경기를 일으켜 가족들을 놀라게 한 아이였다. 나아가 아이의 몸에 힘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허리와 목에 힘이 없어서 몸을 가누지 못한 아이였지만 치료를 시작한 지 7개월이 지나면서 허리와 팔, 목 등에 힘이 생겨난 것이다.

 

이다은 환자의 보호자는“한·양방을 겸해서 치료하니까 믿음이 간다.”라며“중국에서 치료를 못 받아 애를 먹는 사람들에게 이곳의 치료를 적극적으로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동서융합병원 김문주 이사장의 인터뷰 내용이다.

 

-뇌전증은 어떤 병이죠?

정확히 말하면‘간질’입니다. 민간에서는‘지랄병’이라고도 불렸죠. 간질 자체가 잘못된 용어는 아니지만, 사회적 편견이 심하고, 용어가 주는 사회적 낙인이 심하여서 뇌전증(epilepsy)이라는 병명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뇌전증 발작을 유발할 수 있는 원인 인자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발작이 반복적으로 발생하여 만성화된 질환군을 의미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년에 약 120명 정도가 발병하고 있어요.

 

-소아 뇌전증과 발달장애에서 동의보감과 동서융합병원의 치료를 비교해주신다면?

동의보감에서는 뇌전증과 발달장애를 따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뇌전증의 경우, 희귀질환이기 때문에 동의보감에서 자세히 다루기는 힘들었을 것입니다. 뇌전증을 전간증(癲癎症)이라 하여 경련을 억제하는 치료법을 제시하면서 천연약제를 이용한 처방을 내렸어요. 발달장애는 오지증(五遲症)이라 하여 아이들에게 영양을 공급하는 치료를 하였죠. 저는 소아 뇌전증과 발달장애를 같은 계통의 질병으로 인식하고 한·양방으로 통합진료를 하였더니 탁월한 효과가 있음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소아 뇌전증이나 발달장애 환자들의 완치가 가능한가요?

발달장애는 호전을 목적으로 진료하지만 영아연축 (웨스트 증후군)은 초기에 발견하면 완치될 수 있습니다. 적어도 지금까지의 치료 성과는 그렇습니다. 현대의학에서는 정상아가 되는 확률을 5~7%로 보고 있죠. 저의 경험으로 보면 초기에만 발견하면 50% 이상 완치됩니다. 요즘은 진단을 조기에 잘 받을 수 있어서 초기에 발견하면 완치될 수 있는 확률이 매우 높아집니다.

 

-뇌전증의 조기발견 요령과 치료는?

영아가 이상 경련을 일으키면 엄마들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더 무서운 경우는 영아에게 경련보다 퇴행이 먼저 오는 경우죠. 생후 3개월이 지났는데 엄마와 ‘눈 맞춤’을 못하고 4~5개월이 지나도‘옹알이’가 없으면서 목을 가누지 못하면서, 7~8개월이 지나도 호전이 안 되면 대부분 보호자들은‘애가 좀 늦는구나’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8~9개월이 지나면 영아연축이 시작됩니다.

영아연축을 완치할 기회는 생후 2~3개월 안에 치료를 시작해야 효과를 볼 수 있어요. 병을 알고, 한 달 이내에 병원을 찾는다면 7~80%까지 완치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제일 무서운 경우는 이미 퇴행이 다 된 상태예요. 늦게 병원을 찾아서는 완치가 어렵죠. 출산 이후 3~5개월 사이에 엄마는 아이와‘눈 맞춤’을 하며 아기와 감정교류가 이루어질 수 있는 수준에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눈 맞춤’이 안 되면 아기에게 인지저하가 올 수 있고, 나아가 자폐아가 될 확률이 높습니다. 신생아가 먹고 움직이며 몸무게가 느는 것보다‘아기와의 눈맞춤’이 중요합니다. 권위 있는 과학전문지「사이언스」는 2014년 봄호를 통해, 출생 후 3, 4개월이 지나도 엄마와‘눈맞춤’을 하지 못하는 아기는 자폐아가 될 확률이 높은 것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소아 뇌전증 치료에 애정을 쏟는 이유?

의료 봉사활동을 하다가 아주 우연한 기회에 뇌전증 치료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봉사활동 중에 약물로 난치성 뇌전증을 진료할 수 있는 계기가 있었어요. 당시에는 치료 목적보다는 환자의 뇌에 영양을 공급해주자는 의도가 컸기에 이전과는 다른 패턴의 약물을 처방하여 의료봉사를 하였죠.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환자의 경련이 조절되고 소아 뇌전증 중에서도 난치성인 레녹스가스토 증후군이 치료 효과를 보는 것을 보고 보람과 희열을 느끼며 큰 희망을 품게 되었습니다.

저로 인해서 한 사람의 인생이 바뀐다면 최고의 보람이자 영광입니다. 소아 환자에게 무조건 한방치료를 권하지 않습니다. 양방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저희가 성과를 내는 분야는 소아 중증장애죠. 대부분 환자가 발달장애를 동반합니다. 뇌가 정상적이지 않다 보니까 이상 경련이 일어나고 발달장애까지 불러옵니다. 치료를 통해 중증 뇌전증에서 경련만 개선되는 것이 아니라 발달장애까지 개선되는 것을 경험하면서 뇌전증과 발달장애까지 통합치료를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동서융합병원을 처음 설계할 때, 한방에서 신경과, 재활의학까지 융합 의료프로그램으로 설계한 것입니다.

 

-소아 뇌전증과 발달장애를 진료하면서 어려운 점은?

영아연축 환자는 1년에 약 120명 정도의 환자가 발생하는데 우리 병원에서 30명을 진료한다는 것은 매우 진보적인 성과입니다. 나머지 약 90명 정도의 소아 환자들은 소위 메이져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있지요. 우리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정상아 수준까지 올려놓은 환자는 전체 진료환자의 50%가 넘습니다. 치료에 완전히 실패했다고 판단하는 소아 환자는 3~4명에 불과하죠. 문제는 메이져 병원에서 동서융합병원의 진료를 받으면 자신의 병원에서는 진료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입니다. 입원이면 몰라도 통원치료조차 환자를 볼모로 메이져 병원에서 막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다음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과의 갈등입니다. 우리 병원의 환자들은 대부분 0~3세입니다. 저희와 심평원 모두 힘들어하는 부분이죠. 한 가지 예를 들면 장애판정은 완료형으로 0~3세 환자들이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즉, 장애판정을 받으려면 IQ 70 이하의 규정에 맞아야 하지만 어린 환자들이 IQ 테스트를 받을 수 있는 나이가 아니기 때문이죠. 보험혜택을 받으려면 환자에게 손도 못 쓰는 상황이 되어야 장애진단을 받고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단일 병원으로 영유아 뇌전증 환자를 위한 통합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병원은 국내에서 유일합니다. 이 일을 계속 할 겁니다. 치료실을 노인전문병원으로 바꾸면 수익이 높아져서 형편이 낳아지겠지만 그렇게는 못합니다. 적자를 보더라도 계속해 나갈 겁니다. 결국에는 해외 환자를 유치해서 병원을 유지해 나갈 계획이죠. 이제는 호주, 미국, 중국에서 환자들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한·양방 가리지 않고 서로의 영역과 존재를 인정하는 선생님들이 모여서 소아재활치료에 힘을 모을 겁니다. 현재, 소아 뇌전증 주제로 영문 논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치료 성공사례들을 중심으로 작성하고 있죠. 2015년, 해외 학회에 제출할 예정입니다.

 

취재를 마치며

1610년 베네치아에서 출간한「별의 사자(使者)」에서 갈릴레이는“이전에 어떠한 천문학자도 알거나 관찰하지 못한 네 개의 행성들을 발견했다는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1609년부터 확대율을 30배로 높인 망원경을 개발해 천체를 관측하다가‘갈릴레이 위성’들을 발견해 낸 것이다. 이 위성들은‘메디치가의 별’로 불리다가 오늘날에는‘갈릴레이 위성(Galilean satelites)’으로 일컬어진다. 동서융합병원을 취재하고 김문주 이사장을 인터뷰하는 동안, 갈릴레이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김문주 이사장이 2014년 4월에 출판한「간질이라 불린 뇌전증의 모든 것」의 서문에서‘남들이 대부분 모르는 진실을 유독 나 자신만 알고 있다는 것은 결코 즐거운 일이 아니다. (중략) 그 진실이 대부분 사람들을 위하여 꼭 알려야 하는 진실이라면 괴로움은 더 커진다. 알리지 못하는 것 자체가 책임 방기가 되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국가의 합리적이지 못한 의료제도에 갇히고, 의료인들 사이에서 익명의 모함과 시기를 받으면서도 꿋꿋이 환자에게 소명을 다 하며 진실을 쫓는 우리 시대 진정한 의료인의 눈빛은 말하고 있었다.“그래도 지구는 돈다.”라고.

 

※ 더욱 자세한 내용은 http://www.dsyhospital.com/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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