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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완 칼럼]원위조국함루무궁(願爲祖國含淚無窮)

조국을 위해 눈물을 머금다 영원토록

  필자는 1970년대에 육군 초급장교 생활을 6년 정도 했다. 그때 늘 애송했던 시(詩)가 있었는데, 모윤숙의‘국군은 죽어서 말한다.’는 시였다. 그 시의 일부를 보면‘바람이여! 저 이름 모를 새들이여! / 그대들이 지나는 어느 길 위에서나 / 고생하는 내 나라의 동포를 만나거든 / 부디 일러 다오 / 나를 위해 울지 말고 조국을 위해 울어 달라고’, 20대 청년시절 때로는 눈물을 머금고, 때로는 목이 메도록 그 시를 읊곤 했다. 그리고 1978년 감사원 부감사관(5급)으로 임용된 후에는 어느 유명한 한학자(漢學者) 한 분이 앞으로 공직생활을 하는 데 있어 항상 가슴에 새겨야 할 금언(金言)으로‘願爲祖國含淚無窮(원위조국함루무궁)’이라는 좌우명을 써주었다. 그 이후로 그것은 필자의 인생관이 되었고, 공직관이 되었고, 사생관이 되었다.‘조국을 위해 영원히 눈물을 머금다.’이 금언은 비단 필자뿐만이 아니라 작금의 무기력한 국가의 위기관리능력을 바라보면서 많은 국민들이 함께 공감하고 있는 정서가 아닌가 생각된다.

오늘날 가정 공동체의 위기를 바라보면서
 ‘가정은 국가의 심장이다.’라는 프랑스 속담이 있다. 가정은 국가를 구성하는 최소의 공동체이고, 생육하고 번성해야 하는 축복의 공동체이다. 따라서 가정이 무너지면 국가의 모든 것이 무너진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효사상을 중심으로 한 훌륭한 가족제도를 계승해 왔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많은 석학들도 일찍이 한국인의 효사상과 가족제도에 대해서 주목을 하면서, 한국인의 효사상과 가족제도가 인류역사에 빛나는 희망의 등불이고, 21세기 인류멸망을 막을 최후의 보루라고 예찬을 한 바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가족제도는 전 세계적으로 자랑할 수 있는 최고의 브랜드이고, 유구한 전통에 빛나는 위대한 문화유산이다.

   그런데 불길한 징조가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3일에 방송된 KBS 1TV<오늘, 미래를 만나다 : 2030년 대한민국>편에서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Thomas Frey)의 강의는 정말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는 2006년 구글이 선정한 최고의 미래학자로, 다빈치 연구소 소장이고, 유엔미래포럼 이사로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미래학자이다. 그는 여러 가지 통계를 인용하여 대한민국의 미래를 예측했는데, “지금의 추세(출산율)로 가면, 2300년에 마지막 한국인이 태어날 것으로 예상이 되며, 그래서 2300년에 한국 인구는 5만명(2014년 기준 1,000분의 1)에 불과하여 대한민국의 종말이 온다. 인구문제야말로 앞으로 한국사회가 맞닥뜨릴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이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2014년도의 경우 평균 1.19명으로 OECD 국가 중 맨 꼴찌를 차지하고 있으며, 자살률도 OECD 국가 중 1위로 하루 평균 40명꼴로 자살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젊은이들의 결혼 기피현상과 이혼율도 증가하고 있으며, 심지어 동성애자들도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6월 9일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는 이상한 집회가 열렸다.‘퀴어(Queer)문화축제’라는 동성애자(성소수자)들의 축제이다. 당초에는 국내외 25,000여 명의 동성애자들이 참가할 계획이었으나 메르스 여파로 소수 핵심요원만 참가했다고 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평소에 친(親)동성애 성향을 보여 왔으며, 금번 서울광장 사용허가도 그런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이라 볼 수 있다. 필자는 동성애를 메르스보다 훨씬 더 무서운 감염병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느 정치인 한 사람 발 벗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 정말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제대로 된 나라라면, 제대로 된 정치인이라면 2300년을 걱정해야 한다. 지금 당장 ‘2300년 국가프로젝트’를 세워서 추진해야 한다. 국가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여 가정 공동체를 살려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만세를 위한 길이다.

메르스 사태에 대한 국가의 위기관리능력을 바라보면서
‘중동식 독감’이라는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가 국내에서 처음 발병한 날로부터 채 한 달밖에 되지 않았는데, 지난 6월 19일 현재 메르스로 인한 사망자 24명, 확진자 166명, 그리고 격리대상자가 5,930명이나 되는 등 일거에 온 나라를 공포의 분위기로 몰아넣었다. 세계적으로도 제2위의 메르스 발병국가라는 오명을 얻게 되었고, 국제적인 신뢰도 형편없이 추락되었다. 사실 메르스는 2003년에 유행한‘사스(SARS)’나, 2009년에 유행한‘신종플루’나, 2014년에 유행한‘에볼라(EBOLA)’보다 위험하지 않다고 한다. 지난해 8월 8일 서아프리카의 에볼라 확산에 대해서‘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한 바 있는 세계보건기구(WHO)도“한국의 메르스는‘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에 해당되지 않으며, 그러므로 한국에 대한 여행과 교역 금지 조치가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런데 메르스가 왜 이렇게 공포의 대상이 되었을까? 무엇보다 국가의 위기관리능력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16일‘세월호 사태’로 인해 1년 동안 아무 일도 하지 못한 쓰라린 경험이 있었음에도, 이번에도 똑같은 전철을 밟고 말았다. 그동안 정부가 약속한‘국가 대개조’는 공염불이 되어버렸고, 세월호 이후에 부각된‘골든타임’이라는 말이 시대의 유행어가 되었지만, 또 늑장 대응으로 초기 대응에 실패하였다. 그리고 무슨 사건만 터지면 대통령만 쳐다보고, 관련 책임당사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 것도 이전과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 언론보도도 문제가 많았다. 언론의 선동적인 과잉보도로 인해 국민의 불안감과 불신감을 증폭시켰고, 국가의 대외적인 이미지도 실추시켰으며, 나아가 최전선에서 메르스와 싸우고 있는 의료진의 사기도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이것은 제대로 된 국가의 위기관리시스템이 아니다. 국가는 어떠한 경우에도 무기력해서는 안 되며, 위기에는 더욱더 강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국가의 위기관리시스템을 갖추고 제때에 제대로 된 결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하고, 또 사건과 관련된 모든 정보도 신속하고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뭐니 뭐니 해도 국가의 첫 번째 임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다.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지 못하고 정의를 세우지 못하면 거대한 하나의 괴물집단에 지나지 않다.

  개발도상국의 감염병 퇴치에 적극적인 자선활동을 벌이고 있는 빌 게이츠는 금년 초에“우리가 앞으로 두려워해야 할 것은 핵전쟁이 아니고 감염병이다.”라고 했다. 방역(防疫)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기본이다. 치사율이 높은 감염병은 국가안보 차원에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 조희완
감사원 제5국 심의관,
감찰관, 제7국장, 제4국장국가청렴위원회 신고심사국장, 관리관(1급)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객원연구원(반부패)
한양대학교 자치행정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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