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5 (월)

  • 흐림동두천 8.6℃
  • 흐림강릉 7.4℃
  • 서울 9.2℃
  • 대전 8.8℃
  • 대구 8.5℃
  • 울산 9.0℃
  • 광주 10.0℃
  • 부산 10.0℃
  • 흐림고창 10.6℃
  • 흐림제주 14.6℃
  • 흐림강화 9.3℃
  • 흐림보은 8.7℃
  • 흐림금산 8.3℃
  • 흐림강진군 10.7℃
  • 흐림경주시 8.6℃
  • 흐림거제 9.7℃
기상청 제공
월간구독신청

일본 이대로 가면 망한다Ⅰ

일본인들의‘다떼마에(建前 : 겉마음)’가 일본 정치를 망치고 있다
  금년은 광복 70년, 한일수교 50년이 되는 뜻 깊은 해이다. 그러나 왠지 마음이 찜찜하고 무거운 것은 무엇 때문일까? 요즈음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의 면면을 보면 우리가 무언가 계속 속고 있고, 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날이 갈수록 아베 총리를 위시한 일본의 극우 정치지도자들은 과거 군국주의의 망령에 쫓겨 점점 더 미쳐가고 있는 듯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대다수 일본 국민들은 국제사회에서 그런대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 일본의 정치지도자들은 왜 저렇게 수준 이하의 정직하지 못한, 또 양심이 마비된 행동을 할까? 아마도 그것은 일본인들의 숨겨진 국민성의 발로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일본인들의 지나친 이중성이 오늘날 일본 정치를 3류, 4류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 조희완 감사원 제5국 심의관, 감찰관, 제7국장, 제4국장국가청렴위원회 신고심사국장, 관리관(1급)미국 스탠퍼드대학교 객원연구원(반부패)한양대학교 자치행정대학원 겸임교수

아베 정부는 지금‘아! 옛날이여’허상에 매몰되어 있다
  지난 4월 29일 동아일보 지면에서 눈길을 끄는 칼럼(허문명 국제부장: 일본을 연민한다)이 있었다. 후쿠오카현립대 니시오카 겐지 명예교수와 대담한 기사 내용이다. 니시오카 겐지 교수는‘윤동주 시를 읽는 모임’을 10여 년 이끌어왔고, 최근에는 윤동주 시인이 숨진 후쿠오카 형무소에 시비(詩碑)를 세우겠다며 운동을 벌이고 있다. 허 부장과 대담한 내용을 보면, 지금과 같은 한일관계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에 대해서 니시오카 겐지 교수는“안타깝지만 꽤 오래갈 것”이라고 진단하면서, 그 이유를“일본 내부의 문제 때문”이라고 했다고 한다.“일본은‘잃어버린 20년’동안 깊은 불황을 겪으면서 자신감을 잃었다. 한국과 중국은 무서운 속도로 따라왔다. 소니가 삼성전자에 뒤처지고 경제대국 2위 자리도 중국에 내줬다. 우리가 겪은 충격과 좌절은 일본인이 아니면 모른다. 일본인들은 한국과 중국이 일본과 대등해지는 상황은 있어서도 안 되고 받아들일 수도 없다. 여기에 동일본 대지진까지 일어났다. 일본인이 겪은 자존감의 상실과 무력감은 일본 바깥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깊다.”이처럼 일본 내부의‘불안과 좌절’때문에 역사적인 사실을 부정하고 남의 땅을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하는 설명이다. 이렇게 볼 때 아베 정부의 과거사 왜곡이란 것도 사실은 일본인들의 무너진 자존심을 세우려는 삐뚤어진 목적 하에 시도되는 것이고, 나아가 교과서를 왜곡해서라도 애국심을 불러일으켜 정권을 유지하려는 일그러진 정치구상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가 있다. 이것이 바로 아베 정부가 추진하는 역사왜곡의‘혼네(本音 : 속마음)’인 것이다.
 

역사는 편한 대로 기억하는 것이 아니다
  이를 위해서 아베 정부는 그동안 치밀하게 역사왜곡을 추진해 왔다. 특히 2006년 제1차 아베 내각 시에는 교육기본법을 개정했는데, 일본의 교육목표를‘진리를 사랑하는 사람’에서‘애국심을 갖는 사람’으로 교육한다고 바꾸었다. 그 연장선에서 일본 문부성은 계속 교과서 검정을 강화해 왔는데, 지난 4월 6일에도 중학교의 역사교과서 검정결과를 발표했다. 이번에 수정된 몇 가지 왜곡 사실을 보면, 내년부터 일본의 모든 중학생들은 독도를 일본 땅이라고 배우게 된다. 한국이 독도를 불법적으로 점거하고 있다고 가르치게 함으로써 자라나는 젊은이들에게 적개심을 갖게 하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강제 연행부분을 부정함으로써 1993년에 있었던‘고노담화(위안부 동원에 일본정부가 관여한 사실을 최초로 시인)’의 내용을 무력화시켜 버렸다. 그리고 조선인 6,000명 이상이 학살된 것으로 알려진 관동대지진에 대해서도 숫자를 확 줄여 단순히 많은 조선인이 살해되었다라고 수정하였다. 뿐만 아니라 아베 정부는 세계를 상대로 해서도 역사를 왜곡시키고 있다. 일본정부가 제작한 광고를 세계 200여 개 국가로 송출되는 미국의 뉴스 전문채널 CNN에 마치 다큐멘터리인 것처럼 내보내고 있는가 하면, 역사·영토 왜곡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홍보를 위해서 500억 엔(약 5,000억원)의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 또 일본정부가 직접 미국의 유명한 역사교과서 출판사인 맥그로힐에 위안부 강제 징집부분의 수정을 요구했다가 집필교수인 코네티컷대학 알렉시스 더든 교수로부터“역사는 편한 대로 기억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하는 일침을 얻어맞기도 했다.
 

교과서에 거짓말을 쓰는 나라 머지않아 망한다
  이러한 아베 정부의 역사왜곡에 대해서 메르켈 독일총리를 비롯해서 세계 많은 정치지도자들과 지식인들이 규탄하고 있다. 일본의 지식인들조차도 역사왜곡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도쿄대학 와다 하루키 교수는“독도는 원래 한국 땅인데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느냐”고 비판을 하고 있을 정도이다. 지금 아베 정부는 엄청난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미래를 암울하게 이끌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입증하는 판결이 일본에서 있었다. 1997년 8월 29일 일본정부의 교과서 검정에 대해서 경종을 울린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의 판결(이에나가 교과서 재판)이 바로 그것이다. 이 소송 재판부인 제3소법정 오노 마사오(大野正男) 재판장은“교과서에 거짓말을 쓰는 나라 머지않아 망한다.”고 밝혔다. 일본의 양심이 던진 통렬한 질책의 메시지라 할 수 있다. 지금의 일본에 이보다 더 시급하고 절실한 처방은 없다.
 

일본은 독일을 배워야 한다
  1970년 12월 7일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독일 빌리 브란트 총리는 폴란드 바르샤바의 유대인 희생자 위령탑 앞에 무릎을 꿇고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이를 두고 세계 언론들은 감동하여“무릎을 꿇은 것은 한 사람이었지만 일어선 것은 독일 전체였다.”고 평했다. 또 10년째 집권하고 있는 현 메르켈 총리도 기회 있을 때마다 고해성사하듯이 참회의 발언을 하고 있다. 지난 1월 베를린에서 열린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 해방 70돌 연설에서는“나치의 만행을 기억하는 것은 독일인의 항구적인 책임”이라고 했으며. 최근에 일본을 방문해서는“독일은 과거(역사)와 정면으로 마주했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일본의 정치지도자들은 독일을 배워야 한다. 그것이 일본을 살리는 길이고, 세계 평화를 위하는 길이다.
 

참회가 없으면 광복도 없다
  일본의 정치지도자들이 참회를 하든 안 하든 그것은 그들의 양심에 달렸지만, 우리는 그들이 군국주의의 악령에서 해방되도록 기도해야 한다. 그리고 항상 깨어있어야 한다.“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이 말을 가슴 판에 늘 새겨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광복이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