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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칼럼]저혈압

   
▲ 백운당한의원 김영섭 원장

지금은 흔히 볼 수 없는 광경 중의 하나로‘뱀장수’가 있었다. 그들이 하는 대사를 흉내내는 코미디언도 있었는데 항상 비슷하게 시작한다.“잡숴봐! 애들은 가라! 앉았다 일어나면 머리가 핑 돌고 눈앞이 깜깜하신 분 이거 한번만 잡숴봐…”하는 식인데, 우리는 흔히 몸이 너무 허(虛)하다든가 정상 이하의 혈압이 있는 경우, 위의 대사와 같은 증상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고혈압의 심각성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끝에는‘저혈압이 고혈압보다 더 위험하다더라’라는 말과 함께 잘못하면 화장실에서 힘을 주다가 쓰러질 수 있다는 나름대로의 견해를 이야기하는 경우를 대할 때가 있다. 물론 저혈압도 질환 중 하나이므로 때에 따라 심각할 수 있지만, 필요 이상으로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혈압(血壓)이란 말 그대로 혈관 속을 흐르는 혈액의 압력을 이르는데, 높거나 낮은 경우 고혈압과 저혈압이라 부른다. 사람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기준치는 없으나, 저혈압은 정상치보다 낮은 경우로, 흔히 최고혈압이 100mmHg 이하인 때와 최저혈압이 60mmHg 이하인 때를 말한다. 저혈압의 주요증상은 쉽게 피로를 느끼고, 작업능력이 떨어지며, 몸이 나른할 뿐 아니라, 손발이 저린 것이 끈기가 없어지고, 불면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또 머리가 무겁고 아프며, 귀에서 울림이 있고, 가슴이 자주 두근거리며, 숨이 차기도 한다. 소화기능이 약해지기 때문에 입맛이 없고 속이 거북하며 조금만 먹어도 배가 차오른다. 변비나 설사는 물론, 여성의 경우 냉증과 월경불순이 따르기도 하고, 이밖에 발생의 원인과 종류별로 또 다른 증세를 수반하기도 한다.

저혈압은 일반적으로 본태성과 속발성, 기립성, 쇼크, 경동맥동의 병으로 인한 경우 등의 종류로 나누는데 이 종류 각각에도 발생원인은 다르다. 본태성은 아직 확실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별다른 요인이 없으면서 최고 혈압이 낮은 경우를 말하는데, 보통 체질적으로 야위거나 소식하는 사람에게 잘 발생하고 기온이 높을 경우 발생한다. 속발성의 경우 매우 다양한 원인과 증상을 나타내는데 첫째 심장판막증, 심근염, 심근경색, 심낭염 등의 심장질환으로 인한 경우, 둘째 천식, 폐기종, 폐결핵 등의 폐질환으로 인한 경우, 셋째 부신의 결핵이나 기능부진 등으로 호르몬 분비가 저하되면서 일으키는 갑상선기능부전 혹은 뇌하수체 기능저하 등의 경우, 넷째 만성위장병의 경우와 영양상태 불량으로 인한 경우, 다섯째 여러 가지 감염증으로 인한 말초혈관의 확장으로 인한 경우, 여섯째 빈혈에 의한 경우, 일곱째 수면제나 니코틴 등의 중독으로 인한 경우 그리고 혈압강하제 등의 오용이나 과용, 안정제, 진정제 등의 과용 등 약물로 인한 경우 등 매우 다양하다.

기립성 저혈압이란 쉽게 말해 앉았다가 갑자기 일어서면서 어지럼증을 느끼는 것을 말하는데, 정확히 말하면 1분 동안 서 있다가 혈압을 측정했을 때 앉아서 측정한 혈압보다 최고혈압이 20이상, 최저혈압이 10이상 감소되는 경우를 말한다. 기립성 고혈압은 주로 노년층에서 나타나는데, 이것은 나이가 들면서 심장의 박출량이 떨어지면서 혈관의 탄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뇌나 심장으로 가는 혈류의 양이 줄어들어 현기증 증세를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 외에도 과도한 출혈이나 탈수로 체액량이 감소 할 때와 이뇨제나 항우울제 또는 안정제 등 약물을 복용할 때 일시적으로 나타나기도 하며, 간혹 정상인들도 느끼는 경우가 있다. 기립성 저혈압이 심한 경우 갑자기 실신을 하기도 하는데, 이때는 안정을 취하게 하면서 옆으로 눕게 하면 잠시 후 회복이 된다.

이처럼 저혈압은 그 자체가 질환이라기 보다, 빈혈, 심장병, 동맥경화, 폐질환, 위장병, 내분비질환 등 여러 가지 원인질환의 증상으로 발생하는 수가 많다. 때문에 합병증 여부를 정확히 파악하여 원인치료를 선행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치료방법이다. 평소 생활을 규칙적으로 하며 심신의 균형 및 안정을 유지하고 적당한 운동과 충분한 휴식을 병행하도록 하여야 한다. 또 고칼로리 고단백의 영양섭취가 중요하기 때문에 소화흡수력이 높은 영양식을 섭취하도록 해야 한다. 저혈압이라고 하면 대개의 의사들이 먼저 권하는 것이 가벼운 운동이다. 운동은 혈압을 상승시키고 혈액순환을 촉진시키며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여 저혈압의 증상을 개선시키게 된다. 그러나 심장병의 합병으로 온 경우에는 조심하여야 한다. 너무 뜨겁지 않은 물로 목욕을 하며 마사지를 병행하면 혈액순환을 촉진시키며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

평소 식욕을 감퇴시키는 커피나 담배 등의 기호품을 삼가고 고칼로리, 고단백식으로 영양섭취를 하여야 하는데 특히 부신피질호르몬 작용에 관계하는 비타민A와 비타민B를 섭취하고, 미네랄 특히 나트륨은 혈압상승에 도움이 된다. 식욕을 촉진시키는 향신료나 조미료를 선택하여 섭취하는 방법도 도움이 된다. 또 구기자 잎으로 만든 차를 자주 마시는 것도 저혈압을 예방하는 방법이 된다.

한방에서도 저혈압을 여러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처방을 달리하고 있는데, 기와 혈이 허하여 전신권태와 피로를 쉽게 느끼고 머리가 무겁거나 현기증을 느끼는 경우 기와 혈을 동시에 보해 주는 처방을 사용하며, 허리가 무겁고 냉하며 소변을 자주 보는 등 냉증이 있는 경우 신장의 기능을 촉진시키고 몸을 따뜻하게 해준다. 또 위가 약하여 식후에 나른하고 졸리며 손발이 차며 오심과 두통 현기증 등의 증상이 있는 경우 비위를 보강시키는 처방을 사용한다. 그리고 심장성 질환으로 심계항진, 현기증, 불안, 불면 등의 신경적 증상이 함께 하는 경우 심장을 강하게 하고 정신을 안정시키는 처방을 투여한다.

대개의 질환이 그렇듯 저혈압 역시 사전에 원인을 찾아 치료하면 저절로 치유되기도 한다. 그러나 단일 질환으로 너무 가볍게 생각하다가 합병증으로 인한 중증의 질환에 시달릴 수도 있으므로 평소 자신의 건강상태를 관찰하고 의사와의 상담을 통하여 건강을 유지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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