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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隨想] 팍스 로마나(Pax Romana)

   
▲ 김안제
한국자치발전연구원 원장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민주평통자문회의 상임위원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는 진(秦)을 위시한 한(韓)·위    (魏)·조(趙)·연(燕)·제(齊)·초(楚)의 6국이 서로 각축전을 벌이고 있던 시대였다. 이 때 소진(蘇秦, ? ~ 317 B.C.)이란 변설가가 여섯 나라가 동맹하여 진나라에 대항해야 한다는 공수동맹(攻守同盟)의 외교 전략을 주장하였으며, 이에 동조하는 나라들이 많았다. 얼마 후 장의(張儀, ? ~ 309 B.C)라는 책략가는 이와 반대로 6국이 횡으로 연합하여 진을 섬기도록 해야 한다는 외교책을 주장했으며, 여러 나라가 이에 참여하였다. 앞의 소진의 전략을 합종책(合縱策)이라 하고, 뒤의 장의의 책략을 연횡책(連衡策)이라 불리고 있다.

  세월이 흘러 기원 전후에 일어난 로마는 유럽의 거의 전부와 아시아의 서쪽인 중동 및 아프리카의 북쪽 지중해 연안 국가들을 거느리는 대제국이 되었다. 그리하여 로마에 저항하는 나라는 로마군단에 의한 멸망을 면하지 못하였으며, 따라서 모든 국가는 로마의 지배와 로마의 통치를 받으면서 자기의 안전과 평화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이다. 이를 라틴어로‘팍스 로마나(Pax Romana)’라고 불렀다. 팍스라는 라틴어는 범(汎), 평화, 또는 우의(友誼)라는 뜻을 갖고 있다. 중국 전국시대의 두 외교책인 합종책과 연횡책 가운데 팍스 로마나와 같은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은 바로 연횡책이다.

  우리나라는 국토와 인구와 경제가 미약하여 오랫동안 다른 강대국의 영향력 아래 놓여 있었다. 옛날에는 중국의 역대 왕조를 대국으로 받들면서 왕조를 유지해 왔고, 현대에 와서는 일본 제국의 식민지가 되었으며, 해방된 뒤에는 남쪽은 미국의, 북쪽은 소련과 중공의 보호 아래에 들어갔던 것이다. 팍스 로마나의 시대를 거쳐 중세 이후에는 세계가 팍스 브리타니카(Pax Britannica)의 시대로 바뀌었다가 현대사에 와서는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로 바뀌었던 것이다. 즉, 세계의 주도권이 로마에서 영국으로, 그리고 다시 미국으로 변천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팍스의 현상은 국가 사이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지방자치단체와 기업, 사회단체와 개인 상호간에도 일어나고 있다. 약육강식(弱肉强食)이란 자연법칙에 의한 불가피하고도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약자는 강자에게 복종하면서 강자를 위해 봉사하며, 강자는 대신 약자를 보호하여 안전과 생존을 보장해 주게 된다. 좋게 보면 상부상조이고 사실대로 보면 강자우선이다. 조폭 사회에도 보면 두목 아래 많은 부하들이 그 두목에게 충성을 바치며 기식하고 있다. 영국 작가 조지 오웰(George Owell)이 쓴『1984』란 소설은 이 지구상에 빅 브라더(Big Brother)라고 하는 한 사람이 나타나 모든 인류를 바보로 만들어 손쉽게 독재통치를 하는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앞으로 이 지구를 이끌어 갈 팍스의 주역은 누구일까? 당분간은 미국이 그 지위를 차지하고 있겠지만 언젠가는 그 자리를 내놓아야 할 것이며, 현재에서 볼 때 중국이 그 자리를 대체할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것 같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예언서인『정감록(鄭鑑錄)』과『송하돈비결(松下豚秘訣)』, 그리고 통일교(統一敎)의『원리강론(原理講論)』등에서는 머지않아 한국이 세계의 주도권을 잡는 중심국가가 됨으로써‘팍스 코리아나(Pax Koreana)’의 시대가 도래한다는 예언을 하고 있다. 듣기만 하여도 기분이 좋고 흥분이 된다. 꿈같은 이야기 같지만 한 때 작은 섬나라인 영국이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부강했고 역시 조그마한 일본이 아시아와 태평양을 석권한 역사가 있음을 생각하면 결코 실현 불가능한 몽상만은 아니라고 본다. 남북통일을 하루 빨리 성취한 다음에 단합된 힘과 노력으로‘팍스 코리아나’의 영광된 기치를 더 높이 세우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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