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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보치아 서울국제오픈대회

조직위원회 위원장 오텍캐리어(주) 강성희 회장

   
▲ 개회사를 하는 강성희 조직위원장

7월 18일부터 23일까지 6일간 잠실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2015 보치아 서울국제오픈대회가 열렸다. 뇌성마비 중증장애인들의 경기인 본 대회는, 2016 리우 페럴림픽 대회에 참가자격요건인 월드 랭킹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는 국제대회여서 14개국 350여 명의 선수와 임원진이 참여한 성대한 대회였다. 위원장을 맡은 오텍캐리어(주) 강성희 회장은 신체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경기에 전력하는 선수들을 보면 기업의 생리와 다를 바가 없다고 한다. 강 회장이 적자기업 캐리어를 인수해 흑자로 전환하여 직원에게 안정된 일자리와 희망을 제공하듯이 중증장애인들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보치아 대회의 이모저모를 살펴본다.

 메르스 여파로 대회가 무산될 수도 있었다. 시합은 1층 경기장에서 일반시민의 출입을 금한다는 전제하에 예정대로 열렸다. 대회 조직위원장이며 후원을 맡은 강성희 회장의 강력한 추진력 때문이다. 대회가 열리는 내내 경기장을 찾은 강 회장은 선수들을 격려하며 경기를 관전했다. 장애인들이 힘들여 공을 들어 올리거나 도구를 활용해 표적에 가까이 공을 놓기 위해 엄청난 집중력과 전략을 쓰는 것을 보면 그 지략에 감동을 받을 때가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1988년 서울장애인올림픽 때 처음 보치아 종목에 출전해 2012년 런던장애인올림픽까지 금메달 7연패를 거머쥔 보치아 종목 세계 최강국이다. 이 외에도 2014년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 2015년 홍콩 보치아 선수권대회 등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강 회장은 2008년부터 국가대표 보치아 선수단 후원 및 오텍배 서울장애인보치아대회를 개최해왔으며, 2014년 그 규모를 전국선수권대회로 확대했다. 2015년 1월 대한장애인보치아연맹 회장을 맡아 보치아 최강국 위상에 맞는 서울국제오픈대회를 개최한 것이다.
 

   
 

보치아 경기
보치아 경기는 표적구에 공을 던져 표적구로부터 가까운 공의 점수를 합하여 승패를 겨루는 경기다. 공을 잡거나 던지기가 불가능한 경우 마우스 스틱이나 홈통을 이용해 공을 굴려서 경기할 수도 있다. 장애등급에 따라 BC1, BC2, BC3, BC4로 구분되며, 개인전, 단체전, 2인조 종목으로 경기가 치러진다. 공은 양가죽으로 제작되며, 작은 축구공 모양과 흡사하다. 표적구 흰색 1개, 빨간색 6개, 파란색 6개 총 13개의 공이 1세트다. 1984년 뉴욕 장애인올림픽대회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었으며, 국내에는 1987년 제7회 서울장애인체육대회에서 처음으로 국내 보치아 경기가 진행되며 알려졌다. 현재 전국적으로 100개 시설단체 및 특수학교에서 보치아를 실시하고 있으며, 보치아 인구는 약 500명 이상으로 예상하고 있다.
 
 

선수와 경기보조자 위대한 어머니
보치아 BC3 종목은 장애 정도가 BC1, BC2 선수들보다 심해 홈통과 같은 보조 기구를 사용해 경기를 진행한다. 따라서 경기보조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BC3의 선수들은 공의 거리, 각도를 생각해 보조자에게 홈통의 길이, 위치를 지시한다. 보조자는 선수의 지시에 따라 홈통을 움직일 수 있으나, 개인적으로 홈통을 만지는 등 경기에 개입할 수 없다. 표적구와 등을 돌려 선수와 마주보고 있어야 되기에 경기를 눈으로 확인할 수 없다. 이렇듯 BC3 경기는 선수와 보조자의 호흡이 아주 중요한 경기이기에 최근 가족이 선수단으로 참가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그 중 단연 돋보이는 선수로, 김한수 선수(23)와 최예진 선수(24)가 있다.

   
▲ 김한수 선수와 어머니 윤추자 씨

김한수 선수는 태어날 때부터 뇌성마비로 언어장애가 심했다. 따라서 일상생활을 하는 데 있어 부모의 역할이 컸다. 김 선수의 어머니 윤추자 씨(55)는 아들이 그저 건강하게만 자라길 바랐으며, 운동을 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 김 선수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주몽학교 담임선생님으로부터 보치아 제의를 받았다. 윤추자 씨는 평소에도 손이 많이 가는 아들을 운동을 시킨다는 것에 걱정이 많아 선뜻 제의를 수락하지 못했다. 보치아를 시작하면, 24시간 365일 아들 곁을 지켜야 하기에, 김 선수 외 두 자녀를 둔 어머니로서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들을 위해 모든 것을 지원해주겠다는 다짐을 지키기 위해, 2년 후 보치아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어머니는 언어장애가 심한 아들과 보치아를 하기 위해 미리 약속된 숫자판을 특별히 제작해 의사소통을 하는 열정을 보였다. 어머니의 지지를 받은 김 선수는 보치아를 시작한지 1년 만에 전국대회 금메달을 땄다. 윤추자 씨는 그날의 기억을 생생하게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후 김한수 선수는 국제대회에서 승승장구하며, 현재 보치아 BC3 종목 세계 1위다.

   
▲ 최예진 선수와 어머니 문우영 씨

김한수 선수의 강력한 라이벌 최예진 선수의 든든한 보조자 역시 그녀의 어머니 문우영 씨(53)다. 최 선수는 다른 보치아 선수에 비해 다소 늦은 나이인 16살 고등학교 1학년때 보치아에 입문했다. 최 선수의 최초 보조자였던 한국우진학교 코치는 최 선수의 승부욕과 학구열에 두 손 두 발을 다 들었다고 한다. 불이 꺼진 체육관에서 헤드랜턴을 달고 연습하는 최 선수의 노력과 열정에 혀를 내두른 것이다. 최 선수의 버팀목인 어머니 문우영 씨는 20년 경력의 에어로빅 강사인 든든한 체력으로 딸을 지원하고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발전하는 딸의 기량에 오히려 더 욕심이 생겼다. 어머니와 호흡을 맞춘 그 해 최 선수는 전국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하며,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5년 후 생애 처음 출전한 2012 런던장애인올림픽에서 금메달 획득의 쾌거를 달성했다. 현재, 최 선수는 보치아 선수를 넘어 장애인스포츠지도사가 되는 더 큰 꿈을 가지고 있다. 지난 18일 보치아 선수로는 최초로 장애인스포츠지도사 2급에 합격했으며, 대학원 진학을 위해 시합이 없을 때면 학업에 열중하고 있다. 어머니 문우영 씨는 “평소 해왔듯이 딸의 꿈과 도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 지원할 것입니다. 딸이 장애인들에게 장애를 극복한 희망의 롤모델이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 (사진=이채현 기자)본지 기자와 인터뷰하는 강성희 조직위원장

취재후기
“보치아 게임 재미있죠?” 강성희 회장의 질문에 기자 는 답을 할 수 없었다. 본지 권충효 편집위원의 추천으로 보치아 서울국제오픈대회가 열린다는 것을 알고 현장 취재를 나가 대회를 처음 보았으니 재미를 알리가 없었다.
“장애인들의 시합을 보며 많이 배웁니다. 사업에서도 비슷한 경우가 많아요. 표적구 가까이 던지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예요. 상대공을 고려하며 다른 것을 맞추어 표적구 가까이 밀어 넣어 점수를 얻 는 것이 마치 사업에서 파급효과를 보는 원리와 비슷합니다. 정면돌파할지 측면돌파할지 아니면 틈새시장을 공략할지 보치아 경기를 보며 좋은 아이디어를 올릴 때가 많습니다. 장애인들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힘든 훈련을 거쳐 표적구 가까이 공을 대는 여러 방편을 보면 제 공부가 많이 되며 자신을 돌아보기도 합 니다.”
강 회장이 설립한 오텍은 앰뷸런스·장애인차·의료·냉동냉장 차량 등 우리나라 특장차 사업 부문에서 1위다. 2011년, 전세계 180여개 나라와 네트워크가 되어 있는 한국법인 캐리어에어컨을 인수했다. 캐리어에어컨은 적자에다 노사의 분란이 있어 이미 오너가 몇 번 바뀐 상태였다. 강 회장은 먼저 공장 환경부터 깨끗하게 정비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같이 시작해보자는 의미에서 직원의 가족을 모두 초청해 노사화합의 장을 마련했다. 또한 적자인 기업을 인수하며 감원이 아니라 영업사원을 늘리고 본인의 월급은 광고에 투자하는 공격적 마케팅을 했다. 세계최고의 제품을 만들기 위한 오텍그룹 연구소 인력만 100여 명이 넘는다. 2016년까지 오텍그룹 매출 1조원 이상이 그의 목표다. 장애인의 불편함을 헤아려 바퀴의 미세한 진동까지 최대한 줄이려는 세심한 연구가 세계 최고 제품 생산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삶이 편리한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며 직원과 더불어 급성장을 하고 있는 오텍그룹 에 대해 다음 기회에 취재를 기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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